사업실패로 인한 어둠의 터널에서 나는 오로지 술에 의지해 살았다. 내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2012년 11월 당뇨합병증 악화로 시력기능에 손상이 갔다.

그러다 말겠지 하는 내 기대와는 달리 시력저하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1년이 넘는 투병 끝에 금년 6월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잘 보였던 내게 보이지 않음은 죽음과도 같은 외로움을 하루에도 몇 번씩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병원에 어떻게 가야하는지, 은행은 어찌 이용하는지 나는 마치 어린아이와 같았지만 세상은 내게 친절하지 않았다.

그때마나 나는 살기위해 나보다 더 큰 시련을 겪으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떠올려야만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국민연금에서 시행하는 장애인서비스 연계지원을 만났다.

복지플래너라고 본인을 소개한 남인천지사의 직원은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안내해 준다며 직접 집으로 찾아와 주었다.

장애를 갖게 된 이유를 시작으로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처음으로 장애인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상담현장에서 통신요금 감면 등 내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직접 신청해 주었다. 그저 그것만으로 고마운데 이후에도 나를 위해 발로 뛰며 자주 연락을 주셨다.

“선생님! 화장지, 세제와 같은 생필품은 월1회 000에서 도와드리기로 했어요!, 밑반찬도 필요하시죠? 한번 알아볼께요!”

우리는 이와 같은 통화를 몇 번 더 나누었다.

덕분에 지금은 인천곰두리봉사단 차량봉사서비스를 주 5회 이용하고 있고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점자, 보행, 컴퓨터 등 기초재활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장애인연금과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고, 00푸드뱅크에서 밑반찬 지원을 받고 조만간 생필품지원까지 받기로 했다.

아직은 초보수준이지만 지금 받고 있는 재활교육이 끝나면 시각장애인 학교에 입학하여 좀 더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받을 계획이다.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해 올해 장애인문학상 공모전에서 단편소설 부문에 응모했다. 향후 나처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시와 소설같은 문예창작을 통해 그들과 아픔을 같이 나누며 그들에게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요즘은 이렇게 여기저기 장애인을 위한 많은 도움이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 하고 있다. 다만 장애인연금의 경우 경제활동과 소득수준에 있어 열악한 우리 장애인들에게도 소득을 기준하여 그 대상을 축소하고 있는데, 장애로 인한 여러 가지 추가 지출을 감안해 보다 완화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분들이 많은데 차후 시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최근 뉴스를 들어보면 나와 같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장애를 이기지 못하고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경우를 자주 듣게 된다. 뉴스에 방송되지 못하지만 수많은 장애인이 오늘도 내가 겪었던 바와 비슷한 좌절을 경험하고 사지에 내몰리고 있다. 그들과 같은 경험을 한 내게 남의 일이 아닌 참으로 가슴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생각으로 만난 국민연금공단의 장애인서비스 연계지원제도를 통해 나는 막다른 골목에서 이제 희망을 품고 한걸음 한걸음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듣자하니 장애인에게 위안을 주고 꼭 필요한 이런 상담서비스가 일부 공단지사에서만 시행 중이라고 들었다.

하루빨리 예산과 인력이 지원되어 전국 모든 장애인이 상담을 통해 필요한 복지자원을 제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이 글은 인천광역시에 사는 독자 최재영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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