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 주말 드라마 원더풀 마마에 연기자 안내상씨가 극 중 역할을 맡고 있는 농아인 배역이 등장한다.

농아인 배역이 등장하는 다른 드라마에서도 그랬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농아인의 모습이 현실과는 매우 다르게 그려지고 있다.

어느 때는 상대방과 수화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어느 때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마치 다 듣는 듯 그려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 아닌 전혀 생소한 사람들을 만날 때도 필담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음성언어로 소통하는 모습이 그려지기까지 한다.

아마도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농아인이 말은 할 수 없지만 들을 수는 있는 것으로 오해 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

아니면 농아인들이 상대방의 입모양을 보고 충분히 대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극 중 농아인 배역에서 그려지는 모습처럼 모든 농아인들이 말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농아인들은 어느 정도 정확하지 않지만 음성으로 말을 할 수 있기도 하고 일부 농아인들은 비농아인들이 농아인이 아닌 것으로 의심 할 정도로 말을 잘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마다 시력이 다 다르듯이 농아인들의 청력도 각기 개인차가 있고 말할 수 있는 정도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극중 안내상씨처럼 일부 농아인들은 음성언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농아인은 아주 소수이고 대다수 농아인들은 그렇지 않다

필자가 염려 하는 것은 이런 드라마의 방영으로 농아인에 대한 오해가 발생한다는 것에 있다.

물론 드라마 제작 여건상 모든 배우들이 수화를 배울 수도 없고 그 많은 대사를 농아인 배역을 맡은 배우가 수화로 표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 방송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매우 염려가 된다.

필자가 수화통역을 하면서 경험한 사례인데 농아인이 오토바이 운전 중에 가벼운 교통 사고를 일으켰고 피해자가 여중생이었는데 그 당시 현장에 같이 있던 여중생의 부모님이 농아인에게 멈추라고 소리를 질렀는데도 무시하고 주행을 하다가 멈추었으니 뺑소니범이라고 주장하였다.

당시 그 피해자 학생의 부모에게 농아인이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 시켰지만 그 분은 한사코 농아인은 말을 할 수 없을 뿐 들을 수는 있다고 주장하였다.

악의를 가진 것이 아니라 잘못 알고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국 원만한 합의에 이르긴 했지만 많은 비농아인들이 농아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농아인의 모습을 보고 농아인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해가 많은 농아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많은 농아인들이 그런 말을 한다. 모르는 비농아인이 말을 걸어 왔을 때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수화로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자신에게 말을 한다는 것이다.

바로 농아인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것은 알게 되면 되는데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

수화기본법이 제정되면 수화로만 제작되는 드라마 방영도 가능 할 것을 기대하면서 앞으로는 드라마에서 우리 농아인들의 모습을 제대로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처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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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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