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곽정숙, 정하균, 윤석용, 박은수 의원이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자치단체별 장애인복지 및 인권수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에이블뉴스

지난 5월 6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이 주관한 ‘2009 전국 장애인복지 인권 수준 비교연구 결과’ 발표가 국회 브리핑 룸에서 있었다.

제주 1위, 충남 2위, 경남 3위, 충북 4위 …… 강원 13위, 울산 14위, 전남 15위, 경기 16위

전국 16개 시도의 장애인 복지와 인권 수준을 서열화한 결과다.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장애인복지 수준이 제주, 충남, 경남, 충북 보다 낮고 경기도가 최하위라고 여겨지도록 줄을 세운 이번 평가 결과를 보면서, 실망감을 넘어 끌어오르는 울화를 억제할 수 없는 심정이다.

장총이 전국 장애인복지와 인권의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지역별 향상 방안을 마련하고, 지역 장애인단체의 역량을 강화해 자치단체별 장애인 요구에 걸맞는 장애인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전국 장애인 복지·인권 수준 비교 연구는 그 자체만으로 보면 필요하고 일정 부분, 지방의 장애인복지 향상에도 기여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행·재정 여건이 다른 광역시와 광역도를 동일한 그룹에 놓고 평가하거나 16개 시도를 줄을 세워 단순 서열화 함으로써 발표 순위가 곧 그 지역의 장애인복지 수준인 것처럼 비춰지게 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특히, 장애인 1인당 예산 규모를 등록 장애인 기준으로 하고 있어 경기도 등 장애인구가 많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저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아직도 선별적 복지 제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우리의 복지 수준이다. 따라서 이런 류의 평가에서는 인구가 적으면서, 상대적으로 기초생활보장가구 등 저소득층은 많은 지역이 대체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검증 절차는 더더욱 문제다. 장총이 조사 자료를 배부해 수거하기로 계획한 기간은 지난 3월 10일부터 20여일간. 이것도 기한 내 제출이 어렵다 보니 4월 중순경은 돼서야 자료 입수가 끝나, 애당초 책임 있는 검증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러니 각 시도가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평가 지표 중 하나인 장애인생산품 우선 구매액만을 보더라도 자료 부풀리기가 공공연한 현실인데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현장 확인이 있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담당 공무원의 사회복지사 등 자격 소지 여부도 사실 확인을 제대로 했는지 묻고 싶다.

장총의 이번 평가 결과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지방의회도, 언론도, 관련 단체도 발표 자료를 그대로 신뢰해 한 목소리로 경기도의 장애인복지 행정이 이렇게 낮은지 몰랐다며 대책을 물을 것이다. 과연 경기도의 장애인복지 수준이 발표처럼 최하위일까.

80년대, 당시 보건사회부가 주관했던 전국 부녀사업 평가가 있었는데 인구가 많고 재정형편이 좋은 시도가 매년 최고 순위를 독점하다시피 가져 간 일이 있었다. 이러다 보니 제주도처럼 절대적으로 인구와 재정 규모가 적은 지역은 태생적으로 상위 랭크를 기대할 수가 없었고, 이러자 이런 평가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지지 여론이 형성되면서 전격적으로 폐지된 전례가 있다

이제는 인구가 많으면서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 크게 불리한 평가가 매년 반복적으로 이뤄져 해당 지역 관계자들에게 허탈감마저 주고 있는 장총의 연례행사를 바라보며, 반복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실감하게 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장총은 이번 평가 결과에 대해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평가 결과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정도는 되도록 말이다. 조사 지표 작성에 허위가 있거나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면 평가의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라도 언론에 공개하고 과감히 메스를 가하는 것이 옳다.

장총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국 장애인복지·인권 수준 비교 연구가 우리사회 양식 있는 다수로부터 외면 받는 일이 없도록 혁신적 개선 방안을 기대해 본다.

*이 글은 경기도 장애인복지과장 노완호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