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오는 201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한 용인시 공립특수학교 설립 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기한 연기 됐다는 에이블뉴스 보도를 보고, 과거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던 지역 주민들과 투쟁해서 특수학교 설립에 앞장섰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다.

용인 지역의 8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용인시장애인단체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공립특수학교 건립 촉구 성명서와 지역 주민 2500여명의 서명부를 시청 민원실에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특수학교를 설립할 수 없다.

장애인과 부모들이 집단 행동으로 투쟁하지 않으면 특수학교 설립은 무기한 연기가 아니라, 영원히 설립할 수 없다는 시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특수학교를 설립 하고자 했을 때, 지역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특수학교 설립이 지연된 적은 있지만, 좌절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용인 특수학교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쩌면 전무후무한 좌절이라는 절망감을 안겨 주지 않을까 심히 우려 된다.

지금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극심했던 1990년대 후반에 강남구 일원동의 밀알학교 설립 시 포크레인이 공사현장 5M 지점에 방치된 채 현장 앞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로 현장으로 장비가 진입하지 못해 공사를 시작도하지 못했다. 또한 표를 의식한 강남구청장의 비협조로 학교 설립이 무산 될 위기에 처했을 때 학교 설립 재단이 집회를 개최하여 장애인 1000여명 과 부모들이 동원되어 지역 주민들과 맞서 투쟁해서 공사를 진행하여 지금은 발달장애인들의 교육과 재활의 요람이 되었다.

당시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조일묵 회장님이 대열의 선두에 섰고,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영하 섭씨 16도의 강추위에 장갑도 없이 꽁꽁 언 손으로 휠체어 바퀴를 굴리면서, 극렬히 반대하는 학교 앞 아파트단지를 행진하면서 세를 과시하여 주민들의 기를 꺾었으며, 그런 투쟁이 없었다면 학교 설립이 좌절 됐을지도 모른다.

얼마 후인 1997년 10월에는 경기고등학교 부지 내에 서울정애학교 설립 시에도 지역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와 강남구청장의 비협조로 공사현장 10M 앞에 포크레인이 도착했으나, 지역 주민들의 24시간 감시와 방해로 공사를 시작할 수 없었다.

한국장애인부모회에서 주관을 하고, 내가 추진위원장을 맡아 장애인 부모 1000여 명을 동원하여 집회를 열어 포크레인 앞에 드러누워서 격렬히 저항하는 지역 주민들을 끌어내고 포크레인을 현장에 투입하여 공사가 시작 되었고, 지금은 강남지역 발달장애인들의 특수교육의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그 집회에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이사장님과 조일묵 회장님 등 장애계의 지도자들이 참석해 강남구청까지 가두 행진에 선두에 서서 큰 힘을 보탰었다.

2010년에는 문제의 용인시에 최초로 설립된 유일한 특수학교인 용인강남 학교 설립 과정에서도 계획 수립 후 몇년 동안 부지 문제 등을 이유로 지지부진하자, 한국장애인부모회 용인시지부에서 설립 주체인 강남대학교 정문 앞에 장애인 부모 400여 명을 동원, 집회를 벌였다.

집회 중간에 강남대학교의 핵심 간부가 면담을 요청해 와서 직접 대화를 통해 조속히 공사를 개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며, 2011년 3월2일 개교할 수 있었다.

용인시 인구가 2014년 6월30일 현재, 95만2826명인데 특수학교는 학생 150명이 재학 중인 용인강남학교가 유일하므로 용인 지역의 특수교육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인근의 수원시와 성남시는 물론, 심지어는 서울의 특수학교까지 통학하고 있는 현실을 용인시장과 경기도교육감은 알고나 있는가?

용인시와 인구가 비슷한 지역 몇 군데의 특수학교 현황을 살펴보면 인근의 수원시는 올 6월 30일 현재 인구 116만4817명으로 특수학교 3개교가 오래 전에 설립 되었고, 성남시도 인구 97만8357명에 특수학교 2개교가 오래 전에 설립됐다. 고양시는 인구 99만9116명에 3개교, 울산광역시는 인구 116만1019명에 4개교, 창원시는 인구 107만7885명에 3개교 등 용인시 보다 특수교육 환경이 열악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위에 열거한 지역과 용인시는 인구 100만명 전후인 만큼, 특수학교가 최소 5개교 이상 있어야 함에도 단 한 곳도 5개교가 되는 지역이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 특수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용인시 특수학교 설립은 경기도교육청의 의지만 확고하고, 담당자가 전력투구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교육감과 시장이 표를 의식하고, 담당자가 복지부동으로 현장 깊숙히 개입하지 않고 변방에서 눈치만 보고 있으니까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님!

소생 발달장애인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20년 동안 장애인 복지의 현장에 있으면서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간절한 청원을 드립니다.

교육감님은 성공회대학교 재직 시에 옆에 있는 발달장애인 교육기관인 성베드로학교의 학생들과 부모들의 애환과 고틍을 오랫 동안 지켜보셨고, 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님께서 강화도에 사재를 출연하여 '우리마을'을 설립하여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헌신 하시고, '푸르메재단'에 몸 담아 고령에도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강과 재활을 위해 헌신하시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용인의 특수학교 설립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전력하여 주십시오.

교육감님께서 반드시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특수교육담당 장학관과 공사 관련부서 간부들에게 특명을 내려서 매일매일 진척 상황을 체크하고 고삐를 바짝 조인다면 애초에 계획했던 2017년 3월 개교는 충분히 가능 합니다.

중·고등학생들의 9시 등교보다 특수학교 설립이 우선입니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들은 특수교육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장애를 극복해야만 부모사후 이 험한 세상에 남겨졌을 때, 얻어 먹을 수 있는 능력이라도 갖게 해 주고 싶은 것이 특수학교 교사들과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그리고, 중앙의 장애인계 지도자와 단체장 여러분!

용인의 특수학교 설립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염원입니다. 이 학교 설립이 좌절되면 선례가 되어 다시는 전국의 어디에서도 특수학교를 설립할 수 없습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지 마시고, 경기도와 용인시의 장애인 지도자와 단체장들과 협력하고, 장애인과 부모들을 동원해서 경기도교육청과 용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우리의 세를 과시하고 반드시 특수학교 설립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고 사명입니다.

투쟁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공무원과 정치인, 지역 주민 중 우리편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단결하지 않으면안 됩니다. 과거에도 지역 주민들과의 투쟁에서 피를 흘리면서 특수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용인시 장애인 부모 여러분! 이러시면 안 됩니다. 용인강남학교 설립 때를 기억하십니까? 앞장 서십시오. 여러분의 간절함을 호소 하십시오. 여러분의 능력을 보여 주십시오. 반드시 이루어 질 것입니다.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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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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