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농인자녀가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을 때 자녀가 말을 잘 배울 수 있을까 또는 자녀를 사회적으로 잘 양육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갖고 있는 가족들을 보게 된다. 물론 농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청인 가족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농인 부부 당사자가 자녀를 양육하지 않고 조부모님이 양육을 하는 경우 또는 가까운 친척이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있다.

그럴 경우 자녀는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 부모에 대한 경험의 부재로 나중에 농인 부모와 같이 생활하게 되는 경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농인 부모와 청인 자녀 모두 상호간에 적응을 못하고 과거의 주양육자에게 돌아가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필자는 농인의 자녀 양육은 농인 부모 당사자가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입장이다. 양육이 어려운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 단지 말을 배우는 부모 밑에서 성장해야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

부모 양친이 농인이라고 할지라도 아이들은 성장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음성언어도 배울 수 있게 되고 수어도 배울 수 있게 된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부모가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자연스럽게 보고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농인 부모와 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적 조건이 된다.

이제 곧 결혼 시즌이 다가오는데 작년에 양친이 모두 농인인 환경에서 자란 코다(농인 부모의 자녀)의 결혼식장에 참석했을 때 받은 감동이 새삼 떠오른다. 그날의 주인공인 신랑은 농인 부모 밑에서 훌륭하게 성장한 코다였는데 식장에서 농인 하객들을 위해 자신이 낭독하는 편지를 자막으로 제공하여 참석한 하객 모두로부터 진심어린 축하를 받기도 하였다.

코다의 편지 일부를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일부만 지면에 실으며 이 내용을 통해 농인 부모도 자녀를 잘 양육할 수 있다는 것을 청인들이 알기 바라며 청인들의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중략...

이처럼 사려 깊은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이려면 남자가 어떠해야 하는 가 수차례 되물어 봅니다. 사실 저의 가까운 곳에 표본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당신의 부모님을 극진히 섬기셨고 6남매 형제와 자매들로부터 한결같은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사회에서는 당신과 같은 처지의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평생 헌신하여 이제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스승이 되셨습니다.

무엇보다 뜻하지 않게 일찍 몸이 불편해지신 어머니를 변함없이 아끼고 돌보며 아마 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시는 길에도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갈 진짜 ‘남자’입니다.

*이 글은 한국농아인협회 전 사무처장 이미혜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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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칼럼리스트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칼럼을 통해서 한국수어를 제 1언어로 사용하는 농인들이 일상적인 삶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 또는 농인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 및 입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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