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지하철에서 휠체어전용석를 차지하고 있는 자전거. ⓒ이계윤

백마역에서 경의선을 이용하여 디지털 미디어 시티역을 향했다. 그런데 휠체어 전용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전거를 보았다. 놀랍게도 이 자전거는 휠체어를 고정시키라고 설치되어 있는 벨트를 이용하기까지 하였다. 자건거를 벨트로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보아하니 한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자전거 주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자전거 옆 빈자리를 이용하여 휠체어에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몇개 역을 지났을까? 강매역이 되니까 자전거를 타기 위해 무장(?)을 한 분이 태연하게 벨트를 풀고 자전거를 끌고 하차하는 것이다. 뭐라고 말할 시간도 없이 그는 지하철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사라졌다.

휠체어 전용벨트로 자전거를 고정시킨 모습. ⓒ이계윤

디지털단지역에서 공덕역으로 가는 6호선 전철을 이용하였다. 그런데 또 휠체어 전용석을 차지한 자전거를 보게 되었다. 아니 하루에 두번씩 게다가 연이어 이러한 일을 경험하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승객이 조금 많이 있는 터라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았다. 그런데 서강대역에 다다르자 젊은친구 하나가 자전거를 가지고 휠체어를 타고 있는 나에게 비켜달라고 한다.

아마 나 때문에 내리지 못했는가 보다. 나는 왜 그곳에 자전거를 두었냐고 물으니 "몰라서 그랬습니다."라고 한마디 하고 그는 또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하철 내 휠체어 전용석. 이 자리가 자전거 거치대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이렇게 자주 보게 되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3개월 전에도 용산역에서 이촌역으로 오는데 똑같은 일을 경험했다. 나는 한 정거장만 가야하기에 지하철에 탑승하자마다 출입구 앞에 있었다. 그러자 자전거를 휠체어전용석에 고정시키려고 한 사람이 애를 쓰는 것이다.

나는 "이 보세요. 그곳은 휠체어 전용석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이었다. 그는 못들은 척하고 계속해서 자전거를 고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 때 다른 승객들이 일제히 나서서 "왜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을 계속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그는 도리어 "왜 지하철 안에서 시끄럽게 고성을 지르냐?"고 대들었다. 이쯤 되면 그의 무식하고 무지한 행동이 어떠한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승객 중 여러 사람이 그를 둘러싸고 더 강하게 압력을 주었다. 순간 시민의식(市民意識)이 발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탄 지하철은 이촌역에 도착했다. 나는 할 수 없이 하차하고 말았다.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증가하고 있다. 분명히 지하철 마지막 칸은 자전거 전용열차이다. 그런데 자전거를 가지고 이용하는 승객들은 이를 무시하고 장애인 전용석을 차지하는 행태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올바르게 자리 잡아 사회적 교통약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전국장애아동보육시설협의회 이계윤 고문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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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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