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장애아인 우리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바우처 대상이 된다면, 아이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입니다. 또 학교폭력도 예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계성 언어발달 장애아를 둔 엄마의 얘기다. 아이는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이다. 만 3세부터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넘어져서 피가 나도 엄마를 찾지 않았다.

전문기관에 가서 언어발달 장애 4등급을 받았다. 등급을 받아야 특수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말했다. “어머니 기대하지 마세요. 아이가 어려서 등급이 이렇게 나왔지만, 좋아지지 않을 겁니다.”

엄마는 나락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나아지기를 바라는 희망을 품고 치료실을 찾아다녔다. 평일에는 언어치료 4시간에,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놀이치료도 2시간 병행했다. 하루 총 6시간을 치료실에서 보냈다. 주말에는 각종 문화센터에서 온종일 보내다시피 했다. 아이보다 연령이 더 어린아이들과 그룹 활동을 주로 했다.

그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하교 후 2시 반부터 치료실을 다녔다. 이전보다 시간은 줄었지만, 그래도 하루 4시간을 치료실에서 보냈다. 웅변학원도 다녔다. 아기 발음하는 것을 수정해 보기 위해서였다. 한글 공부도 병행했다.

지금은 천천히 말하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된다. 그러나 마음이 급해지면 알아듣기 어렵다. 눈치로 말을 배워 단어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컵’을 ‘커’라고 한다.

아이는 지난해 언어발달 장애에서 경계성 장애로 판정받았다. 경계성 장애라는 것은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경계성 장애아들은 치료 시 더 이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개별적으로 발음과 인지치료를 병행해주는 경우는 40분당 1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하루 4시간 이용한다면 40만 원이 들고, 한 달에 열흘만 다닌다 해도 4백 원이 필요하다.

아이는 의사소통이 어렵다 보니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지원을 받아 치료를 받아 더 나아진다면 아이의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또 학교에서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둔하고, 인지가 떨어지다 보니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거나, 느린 아이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학교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례를 제공해 준 엄마의 아이도 심하다 할 정도의 경험을 했다.

교육지원청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경계성 장애아에 대한 지원이 있으나, 극히 일부만이 그 대상이 된다. 예산, 전문가 인원, 학교 분위기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다. 언어발달 경계성 장애 아이가 치료를 제대로 받아 의사소통이 편해져서 자신, 가족, 친구, 이웃이라는 존재의 집을 짓기를 바란다.

경계성 장애아를 둔 엄마는 바란다. 아이 상태가 더 좋아지기 위해 치료를 해야 하므로, 바우처 대상이 되어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법 개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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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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