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에 탈시설지원법이 상정됐다. 탈시설 운동은 15여년전 장애와 인권발바닥행동 단체가 주축이 되어 시작됐고 장애활동가들이 꾸준히 추구해 온 결과, 드디어 국회에 이를 위한 법이 상정되기에 이르렀다.

불과 몇 년전 만해도 탈시설이라는 용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한국 사회에 그리 많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국가의 법 명칭으로 쓰이게 된 것은 활동가들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상정된 탈시설지원법안을 보면서 생각을 적어 보고자 한다.

그동안의 탈시설 운동에도 불구하고 국내 발달장애 시설과 시설 거주 발달 장애인의 숫자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왜 부모들은 발달장애가 있는 자식을 멀리 떨어진, 그리고 때때로 불미스러운 뉴스거리가 되는 시설에 보내고 있을까. 아래의 사연은 어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인터넷 모임에서 본 글의 내용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노부부는 평생 돌보아 온 50세가 가까워 오는 지적장애가 있는 자식을 더 이상 돌볼 기력이 소진했고, 그들의 사후 홀로 남을 자식을 맡길 데를 찾아보니 결국 거주시설뿐이었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시설에서는 더 이상 장애인을 받지 않는 다고 하고, 경기도도 머지않아 서울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지방을 알아보니 조금 괜찮다고 소문이 난 곳은 이미 입소 대기자명단이 상당했다.

어느 단체에서는 희망하는 부모로부터 기금을 모아서 자기들끼리 자식들이 살 대형 시설을 짓는 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하기는 했지만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것은 이 노부부에게는 역부족이었다. 뉴스에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서 10년 내에 전국의 시설을 모두 폐쇄할 계획이라는 기사를 보고 이 부모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 졌다.

노부모가 걱정하는 것을 볼 때, 우리 사회의 탈시설 정책에 어딘가 엇박자가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2019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발달장애인 중 40세 이상이 36.7% 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80,000명 가량의 재가 발달장애인의 부모가 고령에 접어들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2019년 현재 시설에 살고 있는 중증장애인(발달장애인 포함)은 23,000이다.

국가가 탈시설을 추구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설을 폐쇄하는 것 보다는 시설 거주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나와서 사회의 일원으로써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해 가면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필요한 지원체제가 마련되지 않은 지역사회에 발달장애인이 시설로부터 이주할 경우, 탈시설(deinstitutionalization)이 아닌 시설전환(trans-institutionalization)에 그칠 수가 있으며, 그럴 경우 탈시설의 노력이 성공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지역사회에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과 가정을 위한 적절한 지원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얼마전 정부에서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 계획이나, 발달장애인 평생지원대책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시설입소 욕구를 없애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지역사회에 적절한 지원체제가 마련되어 있다면 어느 부모가 죄책감을 느껴가며 자기 자식을 멀리 떨어진 시설로 보내려고 하겠는가.

그럼으로써 시설 수요가 감소되고, 결국 탈시설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외국의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탈시설지원법으로 10년 내에 모든 시설을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신에, 그 기간 동안에 실효성이 있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체제를 마련하는 데에 탈시설지원법이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신체장애인의 탈시설은 발달장애인의 경우와는 다르며 여기서 논하지는 않았다.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장애인 부모이자 국제발달장애협회(IFDD) 대표인 전현일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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