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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애사회와 비장애사회 사이

법외 장애인으로 살아가기-⑦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2-11 13:27:22
무장애사회(Barrier-free society)라는 개념이 있다. 사회의 여러 가지 요소에 접근할 때에 신체의 상태에 의해 이용 불가능한 상황을 막기 위해 접근성(Accessibility)을 중시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저상버스와 같은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대중교통부터 ATM 등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서비스 지원과 점자, 계단, 문턱 없이 설계된 건물 등이 무장애사회를 위한 노력들이다. 이러한 개념은 중학교 기술·가정 교과서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세상은 교과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잔인하고 무심한 말이 여기서 들어맞고 만다. 우리 사회는 전면적으로 장애인의 접근을 막고 있는 비장애인들만의 사회, 말을 만들자면 ‘비장애사회’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들 앞에는 배제만이 가득하다. 교육을 받으려고 하면, 통합교육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장애인을 위한 학교건물 환경, 필요에 따라서 장애인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가능한 특수반이 설치된 학교를 찾기도 어려워서 장거리 통학을 하게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리고 최근에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롯한 공약들이 임기 4년차 막바지에서마저 지켜지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더욱 절망적이었던 것은 거의 모든 곳에서 COVID-19 감염증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소독을 함으로써 공중보건을 유지하는 대신에, ‘항균 매트’를 입혀 점자를 지워버린 엘리베이터 버튼이었다.

구리 이온을 입힌 물렁한 막은 균을 막아내기도 했겠지만, 동시에 장애인들의 엘리베이터 사용도 막아버렸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항상 지적되어왔지만, 이제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묻어버렸으니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오지 못하니까. 그리고 이것이 바로 비장애인들만의 사회, ‘비장애사회’인 것이다.

이런 어려움들에서 벗아나고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열망이 1852일의 긴 투쟁을 이끌어 냈다. 대통령은 후보로서 공약으로 내걸겠다 말했고, 집권 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친히’ 방문하여 재차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을 저버렸다.

휠체어는 경사로를 통해 올라간다, 멀리 돌아가는 길인 경우도 흔하다. 계단의 높이를 줄여준다고 휠체어가 다니는 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솔직히 법의 미비한 부분을 고려하면 매 계단마다 벽돌 몇 장 올려놓고 ‘이제 됐냐’하는 식이라고 보인다. 얄팍한 수에도 정도가 있는데 말이다.

약속을 지키는 게 어려웠을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리가 그렇게도 무력한 자리였나? 우리는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을 보기 위해서 얼마나 더 해줘야하는가? 장애인들의 지지를 받아놓고, 장애 없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 대신에 장애인이 사회로 안 나오게 되는 사회를 만들 수 밖에 없었나? 그리고 대통령과 함께 정권을 얻은 여당은 당대표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 발언을 하도록 방기한 책임을 제대로 졌는가?

국민의힘과 홍준표 의원은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고 자유로워서도 안 된다. 근본적으로 고질적인 복지자원 부족은 그들이 초래해왔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잘 버틴 정부였다. 그리고 정부가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아서였다. 그런 정부에서 오래 머물렀던 사람들이 이 비판에서 자유롭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진심 어린 사과와 국민의힘의 새로운 방향으로 장애인복지의 정상화를 내세워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지난 일들을 다 끄집어내서 다시 욕한다며 비판할 것이다. 그런 이들이 제일 무서운 것이다. 국가의 책임을 망각하고 정치인들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1852일 동안, 그리고 오늘도 가장 큰 적이다. 그들은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

*이 글은 정신질환 당사자가 보내온 기고문으로 '잘린 무지개'란 필명으로 게재 합니다. '잘린 무지개'의 의미는 무지개처럼 다양한 정신질환의 스펙트럼을 편의에 따라 재단하는 사회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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