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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재활의 의료급여화는 보편적 추세다

언어재활사의 의료급여화 반대는 공익에 반한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10-23 09:22:49
언어재활 등 발달재활서비스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성인 발달장애인 가족으로서 경험적 의견을 올리려고 한다. 또한 발달재활기관을 10여년 운영해 온 경험을 토대로 사회복지 정책 연구자로서 발달재활서비스 개혁방안에 대해 자세한 의견을 제시하려고 한다.

필자는 지적 장애를 가진 20대 딸아이를 위해 20여년째 발달재활 및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공적 지원이 전혀 없던 4세 무렵 부터 재활 및 교육비를 5년간 매월 80여만원씩 지출하였다(약 5천만원). 2008년 발달재활 서비스와 2010년 교육청의 치료지원이 도입된 이후에는 12년간 매월 30여만원의 비용을 지출하였다(약 5천만원).

고등학교 시기 소득수준이 중간을 넘어 서비스에서 제외되었고 성인기 포함 5년간 매월 50만원의 사교육비를 부담하였다(약 3천만원). 합산하면 1억 3천만원 정도인데, 장애인 가족이 재활 및 교육비용으로 ‘최소 집 한 채를 날린다’는 예전 이야기는 공적 서비스가 도입된 현재도 진행형이다. 막대한 추가비용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어 다양한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여긴다.

국내 발달재활서비스는 소득수준 150%이하 18세 이하 연령의 장애인에게만 제공하는 반쪽자리 서비스다. 서비스 가격은 제도가 시행된 2008년 회당 27,500원에서 지금은 평균 4~6만원으로 100% 상승하였다. 제공기관의 자율에 맡겨진 서비스 가격은 꾸준히 상승한 반면, 바우처 지원액은 동결되어 이용가능한 서비스 횟수는 줄었다(시행 초기 월 7~8회에서 현재 4~6회로 축소). 서비스 이용자의 자부담 증가로 이어졌고, 서비스 효과는 반감되었다. 시행 초기 물리치료, 작업치료는 의사들의 반대로 빠지게 되었고, 모든 발달재활 서비스 영역에서 민간자격이 남발되어 서비스의 질이 담보되지 못했다.

복지부가 뒤늦게 서비스 제공인력에 대한 자격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민간 자격과 민간 제공기관 등 바우처 시장에 맡기고 있어 서비스와 가격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건강보험 등 충분한 재정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서 ‘발달장애인법’이 규정한 성인기 발달재활 서비스는 시범적인 도입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 바우처 사업자에 의존하다 보니 농촌 벽지에는 제공기관이 부족하고, 중복장애인이나 행동 문제를 안고 있는 장애인에게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상업적 이익을 우선하는 바우처 기관들이 중복장애인이나 행동문제를 가진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거부하거나, 남발된 자격으로 서비스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공적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제공기관이 주도하는 공급자 시장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발달재활서비스와 특수교육을 위해 이사하거나 원거리 서비스를 감수하는 장애인 가족 등 ‘재활 난민’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언어재활의 의료급여화를 검토한다는 계획이고, 최근 장애인 정책 종합계획에 따라 어린이재활병원이 없는 권역에 ‘공공 어린이재활의료센터’를 공모하여, 비급여로 제공되었던 언어재활을 건강보험으로 급여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언어재활서비스의 의료급여화를 어린이 공공 병원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하자는 취지다.

이에 민간 재활기관협회 등은 언어재활이 의료급여화 되면 의사의 지시에 종속된다고 주장하며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언어재활사협회도 ‘언어치료 급여화 철회’를 요구하며 반대한다.

협회의 성명서에 따르면 ‘언어치료의 급여화는 언어재활사의 전문성을 침해하여 언어재활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 온다’고 주장한다. ‘이용자는 언어치료 비용 외에 의사의 진단비용까지 이중 부담할 것’이며, ‘비전문가인 임상심리사 등이 언어진단을 하게 되고, 의료인에 의한 처방을 거치는 체계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리고 ‘지방 벽지의 경우 처방할 전문의가 없으므로 이용자의 불편과 소외, 서비스 제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급여화 대신 성인기 등으로 바우처를 확대하자는 입장이다(2020.6.29 언어치료 급여화 철회 성명서).

바우처를 성인기까지 확대하자는 언어재활사협회의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언어재활의 의료급여화 자체를 반대하는 주장은 수용하기 어렵다. 발달재활서비스는 장애인 부모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부모운동의 성과로 제정된 ‘발달장애인법’과 ‘장애아동복지법’에 근거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욕구에 응답하는 보편적인 서비스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영역이 제공되어야 하고, 성인기를 포함하여 발달장애인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권리로서 제공되어야 한다.

국내 발달재활 관련 제도는 <표>와 같이 복지부(발달재활), 지자체(영유아발달지원), 교육청(치료지원), 의료보험(물리,작업치료), 개인 의료보험 등으로 서비스 영역이 분절되어 있고, 대상도 제 각각이며 선별적이다. 예컨대 발달재활서비스는 물리·작업치료를 제외한 9개 영역을 포괄하고 있지만, 성인과 고소득층을 제외하는 선별적 서비스다. 의료보험 기반의 서비스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만, 물리·작업치료만 제공하고 있어 부분적이다. 교육청 치료지원은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지만, 지원액이 적고 학생만 대상으로 한다. 공적 서비스의 보편성과 표준이 없이 누더기처럼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발달재활 관련 제도. ⓒ박인용 에이블포토로 보기 우리나라 발달재활 관련 제도. ⓒ박인용
이에 대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이 정책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012년 3월 강명순 의원이 추최한 토론회에서 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실장은 “의사의 지도하에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곧 발달재활서비스의 내용에서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배제시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의사와 치료사 등 관련 전문가가 포함된 판정팀에서 적격성 심사를 거쳐 어떠한 서비스를 어느 정도의 양으로 제공할지를 따져 합리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달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재활의학과 김윤태 교수(현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원장)도 “지역사회 의료기관, 복지기관, 교육기관 등 기존의 자원을 활용한 보건·복지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팀 접근 방식에 의한 포괄적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달체계 수립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물리·작업·언어재활 등의 서비스 행위가 의사의 진료행위도 아니고 의사 주도 하에 맡기자는 것도 아니며, 다학적 협력이 필요한 전문영역이라는 요지다. 필자는 이런 제안을 수용하여 다음과 같이 발달재활서비스 개혁방안을 제안한다.

발달재활서비스는 중증 중복장애인의 재활욕구를 포함하여 물리, 작업치료, 신경인지치료 등을 포함하는 의료영역까지 포괄하여야 한다.

서비스의 전문성은 교육, 상담, 재활, 의료영역 등이 협력하여 다학적인 팀 접근에 의해 이뤄져야 하며, 영역의 전문성과 권한은 서로 존중되어야 한다.

성인기 발달장애인과 의료영역을 포괄한 서비스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발달재활 바우처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기반이 필요하며, 서비스 가격이 표준화되어야 한다.

의료 및 약물 처방에 의존하는 의료모델화를 지양하고, 사회적 심리 모델에 기초하여 지역사회 안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언어재활 등 발달재활서비스를 전문화하기 위해서는 모든 제공인력이 학위자격을 갖추도록 소급하고 민간협회 내부의 혁신을 통해 다양하게 실천되어야 한다.


소득이나 연령과 상관없이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여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원 재정의 통합과 서비스영역의 포괄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언어재활사단체의 의료급여화 반대 주장은 발달장애인의 이익에 반하는 근시안적인 견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른 의료급여화가 시행되면 언어재활사의 전문성이 의사에 의해 침해될 것이라는 주장은 ‘밥그릇 경쟁’을 위해 만든 근거없는 주장이다.

예컨대 희귀난치성 질환 장애인의 재활에 대한 의료급여나 장애인의 보장구도 의료급여에 의해 지원되고 있지만 진료 행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물리· 작업치료가 의료 행위로 간주되어 발달재활서비스에서 제외된 것은 의사의 과도한 권한이 관철된 것으로서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다. 임상심리사나 재활의학과 의사의 언어진단은 전문적인 평가가 아닌 언어치료가 필요한지 스크린하는 추천소견(Referral)에 국한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구미 선진국의 발달재활서비스 지원 모델은 건강보험에 기반하여 의료영역과 재활영역의 협력 관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영국의 발달재활 서비스나 장애인 가족지원은 국민건강보험서비스(NHS)에 기초해서 이뤄진다. 독일의 재활서비스나 상담지원도 상당부분 의료보험으로 지원된다. 미국의 발달재활이나 가족지원 서비스는 장애인 등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의해 주로 이뤄진다. 선진국에서 의료보험 기반의 발달재활서비스는 의사의 의료행위가 아니라 다학적인 전문가들의 협력 행위로 인식된다. 미국의 사례에 대해서는 ‘국제발달장애인지원협회’ 전현일 대표가 필자에게 이메일로 의견을 보내주었다.

미국의 경우 언어치료를 받게 되는 과정은 언어치료를 우선 추천(Referral)을 받습니다. 이 추천은 학교, 의사 등이 합니다. 그 추천서를 가지고 곳곳에 있는 언어치료재활 크리닉을 방문해서 치료를 받지요. 가족이나 당사자가 그를 위한 보험이 있다면 크리닉은 보험(개인 보험, 메디케이드 등)에 청구서를 보냅니다. 추천한 학교 교사, 의사는 보험 청구와 전혀 무관합니다. 이러한 서비스가 의료보험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의료보험이라고 해서 의사가 관여하는 일이라고 간주되지는 않습니다. 의사의 역할은 단순히 추천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래 웹싸이트에 자세한 설명이 되 있더군요.

즉, 언어치료 필요성에 대한 추천소견(Referral)을 교사나 의사가 제시하면 언어치료사가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며, 재활법에 근거하여 의료보험(메디케이드)에 기반해서 재정이 지출된다. 독일도 재활치료 추천소견은 교사나 임상심리사, 의사가 할 수 있으며, 의료보험에 기반하여 서비스가 이뤄진다.

영국, 독일, 미국 등 재활 선진국은 이처럼 의료보험 재정에 기반하여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까지 보편적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당연히 의사, 교사, 임상심리사, 재활전문가의 다학문간 협력에 의해 실천되고 있다. 언어재활이 의료급여화가 되면 언어재활사가 의사의 지시에 종속되고 전문성이 침해당할 것이므로 영역간 차단벽을 쳐야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논리는 의사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협력을 부정하고 이용자를 희생시키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언어치료학과 교수들도 있는데, 왜 선진적인 방향을 거스르는 입장에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재활전문가가 의료영역과 경쟁하는 길은 스스로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추는 노력에 있다. 미국에서 언어재활사는 학사학위 이상이어야 하고 언어전문가는 석사학위 이상이어야 한다. 그들은 의사와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상호 협력한다. 국내에서 언어재활사는 전문학사 이상의 학위에 기반하여 국가 공인자격이 된 것은 불과 7년 전이다.

바우처제도 도입 초기 민간자격 양성기관들은 비전공자에게 1개월에도 못미치는 연수를 통해 언어재활사 자격을 남발하였고, 그런 자격 보유자들이 지금도 제공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이버대학에서 언어치료 학위를 부여하고 있고, 학위과정 중에 불과 수개월 임상수련을 하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현장에 배치하는 등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에서는 언어치료 학사이상 과정에서 자격을 취득하기도 하지만, 다수는 3년제 직업대학(우리나라의 전문대학과 유사)을 마치고 2~3년의 임상수련을 쌓은 후 정식 자격을 취득한다.

학사 및 석사학위가 다수인 우리나라 언어재활사 양성제도 보다 학위수준은 낮을 수 있지만, 높은 윤리의식과 충분한 수련을 통해 전문성을 발휘한다. 필자가 접한 독일 서비스기관의 윤리강령에는 ‘지원이 필요한 개인들의 욕구에 따라 활동하며, 그 욕구가 얼마나 많고 어떤 종류이든지 상관없이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언어재활사협회의 윤리강령을 살펴보니 최소한의 윤리적 선언 조차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국내 언어치료학과 교수들은 재활전문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장애인 등 지원욕구자를 향한 윤리나 공익적 태도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언어재활사를 비롯해 재활전문가들은 근래 공공의료 정책에 반대하며 진료와 자격 시험을 거부했던 의사집단에게 쏟아진 따가운 국민적 비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공공 재활을 부정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한다면, 공적 서비스영역에서 전문가의 가치는 누구도 인정받기 어렵다. 관련 제도의 개선에 대해서는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

*이 글은 박인용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자문위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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