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는 몇 년 전부터 전라감영 재건공사를 하고 있다. 전라감영은 조선시대에 전라남북도와 광주, 제주도의 행정과 사범을 담당하던 관청이었다.

전라감영은 일제시대 때 우리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의해서 파괴되고 서양 건축양식의 구 도청이 세워졌다. 전주시는 일제 잔재인 구 도청을 없애고 우리민족 문화를 되살리는 의미에서 전라감영 재건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라감영 재건공사와 같은 일은 지방정부가 마땅하게 해야 하는 일이다. 또한 전라감영이 완공되면 전주한옥마을과 함께 가장 한국다운 도시를 슬로건으로 하는 전주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전라감영에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모든 방문객들이 전라감영 내에 있는 건축물들의 속까지 들어갈 수 있지만 이들 건축물 어디에도 경사로와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전라감영 내에 있는 건축물들의 내부를 관람하지 못하고 밖에서 겉모습만 볼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촉지도식 안내판과 점자블록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시각장애인들은 혼자서 전라감영 내에서 이동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자 재건공사감독관은 전라감영이 완성되어도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유는 전라감영에 경사로와 리프트, 점자블록과 같은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면 모든 문화재는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활용해야 한다는 '문화재 보호법'의 3조 위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라감영 재건공사감독관은 외국의 상황은 알지 못하지만 국내에서는 문화재에 장애인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사례가 없다는 말도 덧붙었다.

물론 문화재는 원형 그대로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문화재를 관람하는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아닐까?

최대한 문화재 원형을 유지하면서 경사로, 점자블록, 촉지도식 안내판을 설치 할 수도 있다. 나주목사관과 금성관,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에는 경사로와 같은 장애인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경사로나 점자블록과 같은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면 '문화재보호법'에 위반된다는 전라감영 재건공사감독관의 말과 다른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전라감영 재건공사감독관의 그 말은 '문화재보호법'을 제대로 검토해보지도 않고 전국의 문화재들에 대한 사례도 꼼꼼히 살펴보지도 않고 대답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하는데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전라감영은 모두 사람들이 방문하고 모든 건축물들의 내부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게 재건해야 한다.

지금처럼 문화재 원형을 보존한다는 이유로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공사를 하는 것이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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