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메신저 15기 발대식.ⓒ한국장애인재단

저는 어릴 적, 다리가 불편하신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애’라는 말을 배우기 전부터 장애인과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해있었습니다. 그러나 성장하다 보니 막상 주위에 장애인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왜 주위에 휠체어를 타신 분이 많이 없을까? 당시 장애인이라면 휠체어를 탄 사람만을 생각했던 어릴 적의 제 생각이었습니다. 참 의문스러우면서도 저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성장을 함에 있어, 장애인은 단순히 휠체어를 탄 사람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도 모두 제 주위에 잘 보이지 않는 사실이 점점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조금씩 장애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간이 흘러 대학교에 입학해서조차 저는 주위 사람들에게 장애 인권에 대한 관심을 내보였고, 한 친구가 제가 소개해준 프로그램이 바로 이 ‘허브메신저’입니다. 저는 평소 장애가 ‘틀림’이 아닌 ‘다름’임을, ‘다름’은 ‘차별’의 이유가 아니라 한 사람의 ‘정체성’임을 알리고자 싶었습니다. 허브메신저의 ‘장애가 다름이 아닌 또 다른 힘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슬로건은 이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단숨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허브메신저는 크게 두 가지 미션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개인 미션, 그리고 두 번째는 팀별 미션입니다. 개인 미션은 한국장애인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에 직접 취재를 나가 현장을 보고,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입니다. 팀별 미션은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으로, 각 팀별로 원하는 주제를 정하여 직접 기획, 실행하는 것입니다. 저희 조는 팀별 미션으로 ‘유튜브’채널을 개설하여서 브이로그를 찍었습니다.

장애인 단체 프로그램 현장에서 취재 중인 허브메신저.ⓒ한국장애인재단

그저 내 가치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지원한 허브메신저 활동은 저에게 있어 아주 큰 추억과 경험을 남겨줬습니다. 개인 미션을 통해 여러 유형의 장애인들을 만나보고, 그동안 저도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다양한 편견들을 깨뜨릴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되기도 했었으며, 팀별 미션을 통해 혼자서라면 해보지 못했을 경험들을 쌓게 되었습니다.

저는 특히 팀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래도 각기 다른 학교, 다른 학과 사람들끼리 모이다 보니 정말 재밌고 색다른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동등함’을 이야기한 사이다조의 유튜브 브이로그.ⓒ한국장애인재단

저희 조는 사이다처럼 ‘톡’ 쏘는 시원함으로 편견을 타파하자는 의미로 ‘사이다조’라는 이름을 가졌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브이로그라는 아이디어가 채택되게 되어 유튜브에 총 5개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 주제들은 바로 인트로 영상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과연 동등할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등하게 존중받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에티켓이 필요할까’?, ‘과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환경 아래 살고 있을까?’, 마지막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참가자로서 함께 달리는 장애인식개선 마라톤’이었습니다.

이 중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과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환경 아래 살고 있을까?’라는 영상을 찍을 때였습니다. 이 영상은 실제 휠체어를 타시는 장애인분과 함께 저희가 일상생활에 돌아다닐법한 공간들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입니다.

실제로 길거리를 함께 돌아다니다 보니 평소 저희가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들이 장애인분들한테도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일상생활을 하며 엘리베이터의 크기, 경사로의 여부와 높이, 식당의 테이블 높이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지만 장애인분들은 이러한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 고려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이 외에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소한 불편함을 함께 돌아다님으로써 깨달을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촬영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이 외에도 허브메신저로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점이 수없이 많습니다. 개인 미션으로 농인 분들이 참여하시는 요리 수업에 취재를 갔다 온 것도, 발달장애인의 재취업·신직무 교육을 위한 커리어 점프-업 클래스의 취업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M사의 견학 현장 취재 등도 하나하나 저의 기억에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허브메신저 활동 우수상을 수상한 김소영 양.ⓒ한국장애인재단

‘허브’라는 것이 본래 하나의 이파리만이 존재한다고 하여 향이 퍼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이파리가 모였을 때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저희 허브메신저도 각기 다른 허브들이 한데 모였기에 허브처럼 곳곳에 향기를 퍼뜨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경험과 각기 다른 색들을 가진 이들이 모여 각기 다른 향들을 퍼뜨린 저희는 진정한 ‘허브’ 메신저였습니다.

*이 글은 지난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한국장애인재단 대학생 홍보 서포터즈 허브메신저 15기 우수활동자인 김소영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