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추석 연휴 첫날, 올해도 어김없이 고속버스터미널 한켠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단체의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올해의 분위기는 예전의 기자회견 때와는 사뭇 달랐다.

과거에는 한 대도 운영되고 있지 않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지역 간 버스 도입을 촉구했다면, 올해는 ‘올 추석부터는 시범사업을 통해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한 지역 간 버스를 도입하여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10월 달로 연기되면서 장애인단체가 반발한 것이다.

기술적·안전성의 문제와 운영 방법, 재정지원의 근거 등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조율이 지연되어 시범사업이 부득이하게 연기되었다. 정부의 계획에 일부 차질이 생겼으나,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한 버스의 운영상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여 시범사업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휠체어 이용자들의 지역 간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휠체어 승강설비가 장착된 지역 간 버스의 도입 활성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차량 개조비용에 대한 재정지원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올해 초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제14조(노선버스의 이용보장 등) 개정을 통해 저상버스 도입비용 뿐만 아니라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한 지역 간 버스에 대해서도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재정지원의 부담주체와 분담비율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동법 시행령 제14조(저상버스 등의 운행 대수 등)에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교통약자법 시행령 제14조에 제시되어 있는 내용은 시내버스로 운행되고 있었던 저상버스 도입 시 필요한 재정지원이기 때문에 지역 간을 운행하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여객자동차법’)을 살펴보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시내버스는 다른 버스유형으로 분류된다. 또한 버스유형별로 인면허권을 관장하는 권한권자도 다르다. 고속버스는 국토교통부 장관, 시외버스는 도지사, 시내버스는 시장·군수가 인면허권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권한권자에게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노선 인가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권한에는 노선인가뿐만 아니라 재정지원에 대한 책임도 포함된다.

권한권자의 재정지원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여객자동차법에 의거하여 지원하고 있는 비수익노선과 벽지·명령노선에 대한 운영손실금이 있다. 비수익 노선과 벽지·명령노선으로 인가받아 운행하는 버스는 시외버스와 시내버스가 있으며, 시외버스는 도지사가, 시내버스는 시장·군수가 운영손실금의 100%를 재정지원하고 있다. 권한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있는 고속버스 또한 법적으로는 재정지원이 가능하지만, 비수익 노선과 벽지·명령노선으로 인가받아 운행하는 노선이 없어 실제로는 재정지원을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부담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루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는 현행 교통약자법 시행령 제14조를 고속버스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장하는 고속버스는 재정지원 시 ‘지방자치단체’로 되어 있는 부담주체가 애매모호해지기 때문이다.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한 지역 간 버스의 도입활성화를 위해서는 법에서 재정지원의 주체가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고속버스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속버스에 대한 재정지원은 중앙정부가 100%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휠체어 사용자의 지역 간 이동권 확보를 위해 장애인 단체의 오랜 투쟁이 이어져 왔고, 이제 곧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한 지역 간 버스의 도입이라는 성과가 목전에 와있다.

법령 개정을 통해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한 지역 간 버스 재정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으므로, 실제로 시행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들만 명확해진다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한 지역 간 버스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통해 내년부터는 휠체어 장애인들의 절규 대신 웃으면서 고향으로 향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 글은 한국교통연구원 이동권·신운송산업연구팀 박근영 연구원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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