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큰 사고가 나에게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대중매체에서도 사지마비로 인해 고통받은 장애인의 이야기는 거의 접할 수 없었고, 간호 나온다고 해도 잠시 안스럽게만 느껴질 뿐 기억속에서 금방 잊혀졌다.

두달동안의 중환자실 기억, 사고 전 오토바이를 구매했을때 기뻤던 그 기억도 나에게는 남아있지 않다.

인생의 긴 2년이 넘은 시간을 나는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고, 지금도 그 시간은 나의 인생에 가장 큰 고통의 시간이었다. 큰 수술을 여러번하고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1년이 넘은 시간동안 나는 매순간 절망적이었다.

부지런히 따라하고,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내 몸은 전혀 쫓아가지 못했다. 무기력감에 수동적으로 재활에 쫓겨다니며 쌓이는 짜증과 불만을 풀 수 있는 곳도 없었다. 그저 2년이 지나면 무조건 병원에서 나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했다.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게 지나가는 중 '일상홈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무런 정보도, 금전적인 여유도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상홈을 신청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을 보며 나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면접관님들의 이야기와 일상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보호자의 도움 없이 거의 일상생활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에 덜컥 겁이 났지만 한편으로는 막막한 앞날에 희망이 조금 생겼다. '어쩌면 나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생겨났다.

2년 1개월의 기나긴 병원생활을 끝으로 두려움반 기대감 반의 마음으로 나는 일상홈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용길님의 일상홈 환영식 모습.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빡빡한 재활운동시간에 나름 열심히 몸을 만들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혼자 머리도 감아보고, 처음으로 보호자없이 코치님들과 일상생활도 했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스스로 하려니 몸이 적응되지 않아 한가지 행동을 하면 쉬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혼자서 척척 해내는 코치님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몸은 그냥 쉽게 지치기만 했다.

하지만, 스스로 모든일을 하기까지 한달이란 시간은 너무나 짧다고 생각하고 조급한 마음을 다 잡았다. 결국에는 잘 되지 않아도 매일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익숙해질 수 있었다.

일단 보호자없이 지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도움을 요청하는 법도 조금씩 배웠다.

일상홈에서 근력운동중인 지용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일상홈에서 머리감기 훈련중인 지용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퇴원 후 할수 있는 운동들과 사회생활을 미리 접해보고, 전국 럭비대회도 참관했다.

휠체어를 타고 아무렇지 않게 서로 소통하고 운동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생활하는 코치님들과 척수협회 관계자분들을 보면서 조금씩 의욕도 생겼다.

휠체어럭비 체험중인 지용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문화.여가프로그램 중 영화관람을 준비중인 지용길님.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신체적인 부분은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분명 큰 도움이 되었다. 하나하나 익숙해지고 스스로가 온전히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일상홈에서의 경험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서울특별시협회가 함께하는 '척수장애인 일상홈'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용길님이 보내온 기고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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