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무리 고결하고 의미 있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직업(WORK)으로 한다면 그 본래의 취지는 퇴색하기 쉽다.

한 개인이 처음에는 순수한 목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시작할지라도 생존이 위협받는다면 그것을 오래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과 수입이 보장된다면 “땡큐”이다.

장애운동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20년 전으로 기억된다. 감히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선배님들이 “나는 운동할 때에는 구두 닦기, 껌팔이해서 운동했어.” 이 말에 가슴이 뜨거워지곤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당사자 운동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고, 얻어냈다. 이제는 구청부터 중앙정부까지 ‘장애인 당사자의 말을 들으세요!’ 이 한마디를 무시하지 못할 정도이다.

그만큼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며 때로는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쉽이 가능해졌고 그에 따른 급부(자금)도 예전보다 많이 받고 있다. 이제는 이 권력을 애이전시(IL센터, 기관, 단체 등)에서 멈추지 말고, 애이전시(IL센터, 기관, 단체 등)에서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한다.

혹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 “아직, 장애인들은 역량이 부족해서 안 돼.”, “장애인들에게 돈을 주면 먹고 놀아”, “장애인들에게 돈을 주면 운동 안 해”

이런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역량도 부족하고, 술 먹고 놀 수도 있으며, 운동이 약화될 수도 있다. 실질로 개인예산을 하는 국가들에서 이랬다는 야설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인간의 가치를 어디에다 두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인간의 가치는 선(善)과 악(堊)이 적당히 조화를 이룰 때에 더 빛난다. 이것이 사람중심계획(PCP)에서 말하는 Important for(내가 해야 하는 것)와 Important to(내가 하고 싶은 것)의 조화이다.

더 이상 선(善)의 규범적 가치만을 강요하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더 이상 먹히지 않을뿐더러, 그것이 선하지도 않다. 장애운동과 장애인 자립생활이 지향하는 가치도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행복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주관적 욕구만 중시한다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사람중심계획에서 Important for(내가 해야 하는 것)와 Important to(내가 하고 싶은 것)의 조화가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장애운동에서도 장애인 개인의 주관적 행복에 기반한 접근이 우리의 운동을 더 번성하게 할 것이다.

*이 글은 서울지역장애인소비자연대 안형진 집행위원장이 보내 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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