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곳에서 지난 4월 19일부터 5월 2일까지 전시회를 열었다. ⓒ김준호

mouthdrawing_2018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했었다. 수원에 있는 대안공간 눈에 걸린 그림들은 장애인의 감정해방과 누구에게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시실 벽에 자유롭게 붙인 그림들. ⓒ김준호

나는 입에 펜을 문다. 입에 문 펜으로 독특한 선을 긋는다. 그 선을 모으는 방식으로 그린다. 입에서 비롯된 감수성을 종이에 펼친다. 손으로 그린 그림과는 다른 그림을 그린다.

입에 문 펜으로 그린 그림이 독특할 수 있는 이유는 손으로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은 손으로 그린다. 손에 무엇을 쥐어야 한다. 컴퓨터로 그릴 때도 마우스를 쥐어야 한다. 입에 펜을 무는 것은 그림 그리는 방법 중 하나다.

짧은 선을 여러 번 긋는 것은 그림을 독특하게 한다. 나는 몸이 떨리기 때문에 짧은 선을 여러 번 그어서 하나의 선을 그린다. 한 번에 긴 선을 긋지 않는다. 짧은 선을 여러 번 긋고 모으는 방식으로 선과 질감을 다양하게 그린다.

전시실에 걸린 액자그림들. ⓒ김준호

전시된 그림 몇 개는 직선이어야 할 선이 휘어 있었다. 내 몸이 컴퍼스의 침이 되었기 때문에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휘게 되었다. 휜 선은 풍경이나 사물의 분위기를 바꾼다.

그림의 재료는 검정색 잉크 펜과 종이로 제한했다. 재료와 색을 제한하는 대신 그림의 다양한 질감에 집중했다. 제한을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찾고 싶었다. 이것은 장애인의 신체 경험의 완성과 같은 맥락이다.

'없는 쓰레기통을 사용하는 방법'(종이에 잉크 펜, 36×26cm, 2017). ⓒ김준호

정물 안을 채울 때 단번에 채우는 것에 익숙하다. 나는 층을 겹치는 방식으로 채운다. 여기에서 독특한 질감이 나온다. 짧은 선을 모아 하나의 층을 그리고 종이의 방향을 바꿔 짧은 선을 모아 또 다른 층을 겹친다. 이것을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질 때까지 반복한다.

손상은 그림 그리는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런 선과 질감은 입이 아니었다면 그리지 못했을 것이다. 손이 아닌 것으로 그린다면 또 다른 독특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화분콘'(종이에 잉크 펜, 36×26cm, 2017). ⓒ김준호

중심 그림은 없는 굽의 화분이었다. 뒤꿈치를 땅에서 떼고 걷는 걸음걸이에서 비롯되었다. 화분을 굽이 높은 구두처럼 그렸지만 굽이 있어야할 곳을 비웠다.

이 그림은 누구에게나 없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없는 것이 개성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없는 굽의 화분(종이에 잉크 펜, 26×36cm, 2018). ⓒ김준호

누구에게나 없는 것이 있다. 누구에게는 없는 것이 보이고 다른 누구에게는 없는 것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문제는 없는 것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없는 것을 다르게 본다면 없는 것으로 개성 있는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

이 전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생각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다르지 않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무는 지점에서 상상력이 생긴다. 이 상상력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같은 사회구성원으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차이와 차별을 구별한다. 오해와 편견에 저항한다. 벽이 허물어진 사회를 꿈꾼다. 다음 전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상상력에 더 집중할 것이다. 그 상상력이 사회를 변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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