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초년시절,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국회에서 장애 평등 강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의원실의 한 직원이 ‘자신의 동네에 위법행위는 최대한 자제 하지만 문제행동을 하는 주폭(?)이 살고 있고 이 분이 술을 마실 때마다 그 지역에서 말썽을 늘 일으키는데, 장애인권을 주창하며 강제입원을 우리 당에서 반대한다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들의 행복 추구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난, 이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지역 내의 알코올 클리닉과 정신보건센터 등을 이용하여 그 주폭(?)을 지역사회 내에서 최대한 케어할 수 있지 않겠냐는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사자가 거부하면 방법이 없지 않겠냐는 등의 반문에 대답을 계속 주고받으며 강사였던 나는 멘붕이 옴과 동시에 강의 진행이 와르르 무너지게 되고 결국 당 대표였던 심상정 의원에게 힘내라는 위로의 토닥임까지 받는….

훗날 이 일은 당내에서 강민 강사의 굴욕 강의로 지금도 회자가 되고 있다.

지난 29일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방송을 시청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공영방송 KBS2의 추적 60분 ‘조현병 범죄의 진실’. 아, 정신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 주는 내용 이겠구나 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정신장애(조현병)로 일어나게 된 살인사건 및 기타 범죄들의 피해자와 목격자의 증언, 그리고 당사자와 그의 가족들의 인터뷰와 전문가들의 인터뷰까지 방송되며 조현병이 이 사회 내에서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실명을 모자이크 처리는 했지만, 조현병 발병 이전의 직업과 실명 등 각종 정보를 충분히 찾아보면 바로 실명까지 알 수 있도록 너무도 친절히(?) 공개해 버린 것이다. 직책 및 대통령포상 날짜와 해당 신문 기사 일자 등을 노출한 것이다.

또한 어떤 전문가가 방송에서 위험성을 가진 정신적 장애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에 대해 국가적 개입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그 예를 든다는 것이 치매, 발달장애, 정신장애다. 나로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내용까지 방송에 담은 것이었다.

우리가 흔히 정신장애인으로 이해하고 있는 조현병은 물론이고 치매와 발달장애인까지 모두가 위험하니 정신장애 범주의 모든 대상을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여과 없이 방송한 제작진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방송의 3분의 2분량을 혐오를 동반한 정신장애의 부정적인 내용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3분의 1을 현 제도의 문제점과 관리 인력의 부족 그리고 지속적인 관리 및 지역사회와의 융합 등을 다룬다 한들 아무리 의도가 좋았다 할지라도 비난을 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동안 정신장애인은 강제입원 추진, 한 국회의원의 ‘정신장애 살인마’ 발언 등 수많은 편견과 오해들로 상처를 받아왔다.

그런데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에 이렇게 방송되고, 전문가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내용도 여과 없이 방송으로 송출된다면 오해와 혐오, 차별, 배제로 인한 비장애인들과 장애인 간의 간극은 더 벌어질 것이며,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위험한 언론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제작진에게 이번 방송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엄중히 요청하며, 정신장애인 인권단체와 장애인부모회, 장애인부모연대 등 관련 단체 모두가 이 문제에 대응하여 다시는 이런 방송이 나오지 못하도록 해 줄 것을 주문하는 바이다.

*정의당 장애평등강사 강민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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