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청력이 약해져 보청기에 의존하지 않으면 대화가 불편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그러나 보청기 가격이 서민들에게 부담이 커 어려움이 많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금을 대폭 인상해 청각장애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어서 다행이다.

필자도 청력이 약해져 TV시청도 어렵고, 회의에 참석하면 옆 사람과도 소통이 되지 않고, 세미나에 참석해도 스피커 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이비인후과에서 3개월 이상 검사를 한 결과, 청각장애 판정을 받아 장애인 등록을 하고 보청기를 구입하려 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원금은 한쪽 보청기만 가능하고 양쪽을 구입하려면 지원금 외에도 가장 싼 보청기의 본인부담금이 200여만원에 달해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여러 보청기회사를 방문해 상담도 하고 신문광고도 눈여겨봤지만 한결같은 고가의 보청기 가격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개 값으로 두 개의 보청기를 제공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고, 필자의 거주지 주변에 그 회사의 대리점이 없어서 지하철로 약 1시간 거리의 대리점에 가서 보청기를 구입하고, 보청기 회사에서 준비한 서류를 가지고 집에서 지하철로 30분 거리의 이비인후과에서 의사의 검품을 받아 거주지 관할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를 방문했다.

담당자는 서류를 검토하더니 “보청기 한 개만 지원금을 주는데 두 개를 구입해서 접수를 할 수 없으니 서류를 다시 해 오세요.”라며 반려를 했다

보청기 회사에 전화를 걸어 “왜 서류에 두 개의 제품번호를 기재했느냐?” 했더니, “이 지역 지사에 전화로 문의했더니 두 개의 제품번호를 기재해야 된다는 자문을 구해 두 개의 제품번호를 기재해도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을 했다.

담당자에게 “A지사는 문제가 없는데 왜 여기는 안 되나? 법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다그쳤더니, 팀장인지 과장인지 상사와 한참 대화를 해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본부의 여러 부서와 통화를 해도 확실한 답변을 듣지 못했는지 한참을 서류를 뒤지더니 “국민건강보험 고시”라는 서류를 가지고 왔다.

거기에는 지원대상이 ‘편측(한쪽)’이라고 돼 있어서 “두 개를 구입하면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두 개를 구입했든, 열 개를 구입했든, 지원금 1,179,000원만 지원하면 되는 것 아니냐? 고시에 두 개를 구입하면 지원금을 줄 수 없다는 내용은 없지 않느냐?”고 따졌더니, 다시 서류를 검토하고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접수해 주겠다”며 서류를 두고 가라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오는데 지사 사무실을 나온 지 불과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보청기 회사 직원의 전화가 왔다. “방금 서류를 접수한 지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제품번호 두 개를 기재해서 접수가 안 되니 보청기 회사로 서류를 보낼 테니 제품번호 한 개만 기재해서 다시 보내라고 합니다.”라고.

그 서류는 보청기 회사에서 재작성하고 이비인후과 의사의 검품을 받아야 하는데, 보청기 회사에서 이비인후과 검품을 대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서류를 반송해도 나한테 해야지 왜 보청기 회사에 반송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또 왜 접수를 했다가 반송을 해 장애인을 불편하게 하는가?

화가 나서 포기하려다가 이미 보청기 대금을 지불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달 후에 보청기 회사에 가서 서류를 재 작성해 이비인후과에 들러서 검품을 받아 꼬박 하루를 낭비하고 지사에 접수하러 갔더니,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 항의도 못하고 돌아왔다.

보청기 지원금을 수령하긴 했지만 이런 불편을 겪게 하는 담당자의 횡포는 ‘갑질’이며 용납될 수 없다. 지사마다 담당자에 의해 달라지는 고시 해석, A지사에서는 통과되는 서류가 왜 B지사에서는 접수 불가인가? 지금도 전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는 담당자에 의해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당자와 그 상급자까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보청기 지원금과 관련된 고시 내용을 정확하게 해석하여 전국의 지사에 시달하고, 청각장애인들이 더 이상 불편을 겪지 않도록 업무의 정확도를 높여라!

또 고시 내용에 명시된 ‘편측’, ‘양이’ 같은 국적불명의 문구도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순수한 한글로 개정하라. 한자도 아닌 한글로 ‘편측’, ‘양이’라는 문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반성을 촉구한다.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