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직접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새 정부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발표를 했다.

2022년부터 MRI, 초음파 등 비급여 3800개에 대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중증치매환자 본인부담금도 10% 인하하며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를 10만 병상으로 확대하고, 미용, 성형을 제외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니 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서민들과 장애인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의료 취약계층인 장애인과 병원에 갈 때마다 환영받지 못하고, 의사 표현이 불가능해 사소한 질병도 전적으로 검사에 의존하는 진료 때문에 불필요한 고가의 검사비까지 부담하는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중증장애인(이하 중증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있는지는 대통령의 발표만으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특히 눈길을 끄는 내용은 이미 3~4인 입원실에는 건강보험을 적용한 데이어서 내년에는 2~3인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2019년에는 중증호흡기 질환처럼 격리가 필요하거나 출산 직후 산모처럼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경우 등에 한해 1인실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중증장애인들도 1인실 건강보험 적용에 반드시 포함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몇 년 전에 1급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 범석이가 소화기 계통 이상으로 갑자기 호흡곤란과 경기가 발생해 새벽에 119구급차를 이용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서 입원 치료를 하면서, 치료비보다 훨씬 많은 1인실 병실료를 부담했던 기억을 되살리면 중증장애인들도 반드시 포함하지 않으면 안 되고, 적용 시기도 앞 당겨서 내년부터 당장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코에 호스를 넣어서 장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한쪽 팔에는 링거를 꽂았으니 범석이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호스와 링거 주사기를 제거하려고해서 두 팔을 침대에 묶어놓지 않으면 안 됐다. 필자와 아내가 24시간 교대로 간병하면서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으며, 묶인 팔을 풀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괴성을 지르니 다인실에는 도저히 입원할 수 없어서 1인실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옆 병실에 입원한 아기가 밤새 울어서 방음이 완벽하지 않아 아기의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설쳐야 했고, 엄마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아기를 업고 복도를 왔다 갔다 하니까 다른 1인실에서 간호사를 통해 항의를 하는 소리가 들려 우리 병실로 불러서 아기를 재우게 하면서 확인한 것은 뜨거운 물을 쏟아서 심한 화상을 입은 아기가 밤이면 통증이 더 심해 잠을 못자고 운다고 했다.

밤새 잠을 못자고 울어대는 아기를 다인실에 입원 시킬 수가 없어서 형편이 안 되는 데도 범석이처럼 1인실에 입원해서 치료비보다 더 많은 병실료를 부담하며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그때 필자는 대학병원 1인실은 돈 많은 사람들만 입원하는 게 아니라 돈이 없어도 어쩔 수 없이 1인실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걸 알았으며, 병원 측이 이런 환자들에게 전혀 병실료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중증장애인 어머니는 자녀가 자주 입원 치료를 하는데, 다인실에 입원하는 내내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병실 복도에서 살다시피 한다며 하소연을 했고, 한 번은 간호사가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주니 1인실로 가라'고해서 혼을 낸 적이 있었다고 했다.

이런 중증장애인 부모들의 고통을 누가 관심이나 갖고 있고 알기나 한가?

중증장애인과 어린 아기 환자들이 타의에 의해 다인실을 이용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서 꼭 1인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필자 혼자만 하는 게 아닐 것이다. 겪어 본 사람들은 다분히 공감할 것이며 절대적인 호응이 따를 것이다.

또 고려해야 할 부분은 병·의원과 치과 병·의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중증장애인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우선 국공립병원에 장애인 전용 진료실을 설치해 눈치 보지 않고 진료 받을 수 있게 하고, 단계적으로 대학병원과 의원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장애인 전문 진료실을 확대할 것을 건의한다.

장기적으로는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 병원협회가 공동으로 동네 의원과 종합병원, 그리고 대학병원을 지역적으로 안배하여 장애인 전문진료 병원으로 지정해 장애인들이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중증장애인 부모들은 자녀의 질병 관리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며, 질병을 조기발견하지 못해 병을 키우게 돼 진료비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 거기다 입원까지 하게 되면 원치 않는 고가의 1인실 비용까지 부담하는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요구한다. 그 적용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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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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