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춘기의 지점에서 생각할 것들은 넘쳐 나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왕성한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사랑과 연애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딴 곳에 주파수를 맞추는 친구 녀석에게 혼찌검을 내진 못할망정 멋있다고 부추기고 심지어 동경도 했던 기억.
자기들의 연애가 고결하기라도 하다는 듯 만약 임자 있는 친구들에게 눈길 한 번 줬다가는 아주 대판 쌈질이 나곤 했다. 물론 제 눈에 안경이지만 그래도 어디 별게 아닌 게 되나. 자신의 여자 친구가 모두가 인정해줄 만한 사람이었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을.
아무튼 흐름이 이렇다 보니 경쟁(?)은 과열됐고, 그 속에서 인정받은 한 명의 생존자(?)는 박수받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당시의 풋내기 꼬꼬마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연애도 하고, 결혼 및 육아에 전념을 할 만큼 시간이 흘렀어도 연애의 영역은 아직도 과다 경쟁인 듯하다. 음악,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자세하게 살펴보면 결국 사랑이야기인 것은 필자의 말을 증명한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결혼이 대단한 일인 것은 맞지만 때로는 세상에 이것들 말고는 비집고 들어갈 데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감히 난 대중적 흐름에 따를 수 없다. 최중증장애인인 나의 연애는 단순히 감정 셰어링이 전부가 아니라 상대가 나의 신체 역시도 책임져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그리고 이는 결혼 단계에서도 지속되어야 한다.
솔직히 어렵다. 웬만한 희생정신이 없으면 힘들다. 해서 만에 하나 결혼한다면 비장애인과의 결혼을 신중히 생각할 것이며, 그게 녹록지 않다면 싱글로 살겠다는 게 내 계획이다.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몇몇 사람들이 말하길 결혼 적령기와 독립을 예로 들며 어차피 비장애인이어도 피지컬 적으로 돕지 못하니 장애인과 결혼하라고 한다.
아니! 싫다! 결혼은 장난이 아니고 영화 드라마 같은 시나리오도 아니다. 결혼 적령기라는 타이틀보다 내 인생을 부여잡고 이끌어 가는 일이 더 중요하고 성급하다. 모름지기 사람으로 태어나 남들처럼 살아가길 원하지만 원보다 현실이 우선이다.
서른 중턱의 삶은 결코 학창 시절과 같을 수 없다.
과거와 달리 선택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생겼다. 장애인의 연애나 결혼도 결국 선택사항이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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