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적인 장애학생복지연합회의 동기와 선후배들. ⓒ강민호

생각해보면 내 삶에는 꾀 많은 기적들이 일어났다. 나는 심한 난산으로 숨도 못 쉬는 채로 태어났다. 그때 만해도 우리고향에서는 산파할머니를 불러서 집에서 아이를 출산하였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내가 안 나오자 우리 집에서는 부랴부랴 시내에 있는 산부인과로 옮겼다.

의사선생님은 아이가 너무 켜서 안 나오고 있다고 하면서 큰 집게로 아이의 머리를 잡아당기는 검자분만으로 나오게 했다. 나는 이처럼 어렵게 태어났지만 숨도 못 쉬는 상태였다.

이런 나의 상태에 우리가족들과 의사선생님은 나를 포기하고 어머니만 살리려고 했다. 태어나마자 곧바로 죽을 수밖에 없는 위기의 순간에서 나를 살린 사람은 병원에 같이 갔던 산파 할머니였다. 산파할머니가 살펴봤고, 살아난 낌새가 보이자 의사선생님에게 알렸고 응급조치를 받고 나는 살아났다.

이렇게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 내게는 큰 형벌이 될 수도 있었다. 뇌에 산소공급이 안 돼서 몸을 뜻대로 움직이질 수 없는 뇌성마비로 15세까지 집에서만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평생 재가장애인이 될 번한 내게 놀라운 기적들이 찾았다. 그 다음해부터 특수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글도 쓸게 되었으며 대학까지 졸업하게 되었다. 지금은 일가친척도 없는 타향에서 혼자 꿋꿋이 독립생활 하고 있다. 그야말로 할머니의 말씀대로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꿈에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기적들이다.

이것들 모두 내게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적은 따로 있다. 남들에게 나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지 싫어 약간의 대인 공포증도 있는 내가 길게는 15년에서 짧게는 7년 동안 계속 만나면서 추억을 쌓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내가 오프라인 대학을 다닐 때 활동했던 우석대 장애학생복지연합회의 동기와 선후배들이다. 그들과는 몇 번이고 인연이 끊여진 위기도 있었지만 한해에 두 번씩 만나서 더 깊어진 우정을 확인 하고 있다.

지난 20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나는 또 완주군 안덕에 있는 마음건강힐릴마을에서 장애학생복지연합회 동기와 선후배들과 함께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가족들과 같이 있는 것도 부담스럽게 하는 나의 장애도 그들과 같이 있으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또 같은 노래들을 듣고 같이 연예인들을 좋아하면서 성장했던 친구이고, 한때는 장애학생들과 비장애학생들이 어울리면서 모두 즐겁게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던 동료로만 느껴진다.

이날 나는 다니고 있는 교회의 수련회와 겹쳐 좀 늦게 마음건강힐릴마을에 도착했다. 고기를 구우면서 저녁을 막 먹기 시작 할 때였다. 장애학생복지연합회의 동기, 선후배들은 늘 하는 것처럼 내가 스타인줄 알아서 늦게 왔다고 갈구면서 맞아주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나를 많이 기다렸던 그들의 마음이 보였기 때문이다. 고기구어 먹을 곳으로 가려면 넷 다섯 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나와 많이 다녀본 경험이 있는 남자동기 한명이 잡아줘 걸어서 올라갔고, 나머지 남자들이 내 전동휠체어를 들어서 올려주었다. 여전히 민폐를 끼친다고 나를 갈구(?)었지만 악의가 없었고, 친한 사이이기에 조금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트림 한다고 허벅지를 때리는 여자후배 얼굴에다 트림을 일부러 해버리는 그저 짓궂은 장애학생복지연합회의 선배로 돌아갈 수 있어서 즐겁기만 했다.

저녁을 먹고 간단한 회의를 통해 몇 가지 회칙을 개정하고 난 후에 좀비 게임과 내가 할 수 있는 놀이를 하고, 술을 마시면서 옛 이야기를 나눌수록 웃음이 나왔다. 나도 장애학생복지연합회 생활하면서 자원활동부의 부장으로 일 년 동안 활동 할 때를 이야기 했다. 지금 같았으면 신입회원이나 기존에 회원들을 더 웃겨주면서 할 것이 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제일 후회가 된다고 솔직하게 선배에게 고백했다. 선배도 내가 그때 너무 진지한 버전으로 활동 했다고 이야기 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깊은 밤까지 놀았다.

언제 잠자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잠에서 깨어난 우리는 아침을 먹고 숯 뜸을 받았다. 혹시나 내 숯 뜸이 넘어질까 잡아주는 동기를 보면서 장애학생복지연합회 동기와 선후배들을 만나서 지금까지 만남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기적 같았고 감사함을 가져야 하는 일처럼 생각 되었다.

이번 여름은 유별나게 열기를 내뿜는 탓인가 나는 한 동안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객관적이나 사실적으로 좋아지고 편해진 내 생활에 고마움이 없어지고 짜증만 났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장애학생복지연합회 동기와 선후배들을 만나서 행복한 시간 보내면서 나는 다시 내 생활에 감사함을 찾을 수 있었다.

장애학생복지연합회 동기와 선후배들과 함께하면서 행복한 시간. ⓒ강민호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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