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저녁 전주자림원과 자림애림원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32명의 생활인들이 다른 생활시설로 옮겼다는 뉴스를 봤다. 이로써 작년 5월 1일 전주지방법원에서 두 장애인생활시설을 폐쇄한 이후 시작된 생활인 129명의 전원 조치가 완료 되었다.

모두 뉴스들이 그러하듯이 그 뉴스도 매우 짤막하였다. 핵심내용을 많은 시청자들에게 쉽게 전달해야하는 뉴스의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두 시설의 전원 조치가 완료 될 때까지 진행되었던 과정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무성의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던 모습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장애인들의 사회통합보다는 분리된 환경에서 생활하게 하려는 우리 장애인복지정책의 문제점도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현재 세계의 장애인정책의 주된 흐름은 탈시설화의 영향으로 장애인들도 사회 속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와 분리된 생활시설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면서 생활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생활과정도 태어나서 가족들의 보호받으면서 성장하고 아동기에는 지역 또래들과 어울러서 놀고 공부하며, 성인기에는 직업을 가지고 결혼하는 비장애인들의 생활과정과 또 같아야 한다는 정상화 원리를 실현시키려고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법과 제도를 손질하고 사회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까지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바람에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장애인들도 사회 속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우리 고향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나를 장애인시설에 맡기라는 말을 많이 했다. 정상적으로 태어났지 못했으니까 나는 장애인시설에서만 살 수 밖에 없다고 말을 많이 했다.

내가 특수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 입학을 일주일 앞둘 무렵에 이런 일도 있었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신 할머니께서 화를 내면서 말씀 하셨다.

외지에 살고 있는 우리 고향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내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아들처럼 장애인시설에 맡기라고 말씀 하셨다고 한다. 그래야 나도 편하게 살고 가족들도 편하게 산다고 말씀 하셨다고 했다.

할머니께서는 애비가 장애가 있는 나를 죽든지 살든지 돈만 주면서 남의 손에 맡기니까 사람구실 못하게 성장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나도 그분의 말에 속이 상했지만 지금은 이해 할 수 있다. 그분은 장애인이라면 사람구실 못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절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사람들은 장애인을 위해서나 가족들을 위해서나 시설에 맡기는 것이 최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장애인에 대한 생각은 작은 우리 고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장애인들을 시설에 보내는 것이 한때는 세계 장애인정책에 주된 흐름이었다. 그때는 장애인들도 적합한 복지서비스 받고 알맞은 교육을 받으면 자립생활도 할 수 있고 직업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전주자림원 성폭행 사건 때문에 2년 전에 나는 활동하는 단체 사람들과 함께 전주시 생활복지과를 항의방문 하였다.

생활인들의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난 이후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성폭행가해자들의 처벌도 늦어지고 전주자림원과 자림애림원의 폐쇄가 미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활복지과 직원들에게 성폭행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전주자림원과 자림애림원이 하루 빨리 폐쇄할 수 있도록 행정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하자, 한 직원의 입에서 놀랄만한 대합이 나왔다. 두 시설을 폐쇄하면 생활인들이 살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아무것도 못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원생들이 시설이 없어지면 어떻게 살겠냐고 말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전에 대학교 동기가 우리 집에 놀러왔어 했던 말이 생각하면서 흥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학교 때 제일 친했던 동기가 내가 살고 있는 원룸에 놀러 와서 “형이 똑똑하고 잘나서 자립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고 운이 좋아서 내게 알맞은 교육 찾아서 받을 수 있었고 내게 필요한 서비스도 찾아서 받고 있어서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친구의 말이라면 무조건 인정하지 않았던 재학시절처럼 반론을 제기했지만 맞은 말이다. 전주자림원과 자림애림원의 생활인들도 나 같이 알맞은 교육 받을 수 있었고, 서비스만 받을 있었다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설에 생활인들과 같은 사람들에게 알맞은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전주시 생활복지과 직원이 그렇게 말한 것은 자기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말꼬리 잡은 말이 것 같지만 두 시설이 없어진 이후에 생활인들이 정말 걱정이 되었다면 미리 창조적인 방안을 내놓았을 것이다.

생활인들의 성폭행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 이후에 두 시설의 운영권을 전주시로 몰수해서 전주시가 운영하는지, 다른 기관에 맡겨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야 했는데 어떠한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리들이 찾아가서 전주자림원과 자림애림원의 시설 폐쇄를 요구 할 때 생활인들이 살 곳이 없어지는 문제라서 쉽게 폐쇄하지 못한다는 생활복지과 직원의 말은 그야말로 좋은 핑계에 불과하였다.

이것은 전라북도도 마찬가지였다. 전라북도는 한술 더 떠서 도청 안으로 우리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문도 열어주지 않았던 일도 있었다. 같은 테이블 앉아서 두 시설의 문제를 논의하기도 싫다는 모습이었다.

이런 전주시와 전라북도의 모습 때문에 전주자림원에서 생활인들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전주시와 전라북도에서 해야 하는 시설들의 관리, 감독만 충실하게 했다면 그와 같은 추악한 범죄는 일어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할머니께서 고향 분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시설에다 지원금만 주고 생활인들의 복지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밑바탕에는 장애인들을 아무리 교육시키고 어떠한 지원을 해주어도 사회 속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해서 시설에 살게 했던 과거의 장애인정책에서 변화가 안 되는 모습이다.

1960년 이후 세계의 장애인정책은 탈시설화와 정상화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삶을 살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들에게 알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장애인정책은 여전히 장애인들을 시설에다 수용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세계에서도 우리의 장애인정책을 개선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 전주자림원과 자림애림원의 생활인들의 전원조치 과정에서 자립생활을 원하는 생활인들이, 그룹홈으로 옮겨서 자립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미 세계에서는 폐기 되어버린 장애인정책을 우리가 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너무 늦게 자립생활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전주에 사는 장애인 활동가 강민호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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