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를 들여다보았다.

이미 며칠 전에 벚꽃엔딩 시점을 목도했으나 그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려는 듯 여러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창문 사이로 보려면 얼마든 볼 수 있다. 바람은 또 어떤가? 아직 주도권을 내어 주기 싫어하는 겨울의 앙탈을 아침나절엔 느낄 수 있다. 그래도 한겨울 보단 기분 좋은 온도다.

빛은 빼놓으면 섭하다. 제법 해가 길어졌다. 한낮의 광채는 경이롭다. 이 때문에 나의 홍채도 그 경이로움에 취해 모든 걸 담을 수 없나보다. 이것이 봄의 광경이다. 삶은 하나도 변한 게 없으나 이런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마 인간의 우둔함 때문일 것이다.

창가 사이로 비치는 세상의 많은 광경은 나로 하여금 숨 쉴 이유를 알게 하고, 의욕을 갖게 한다. 비록 그것이 심장 한켠에 넣었을 때 결국엔 이루지 못할 미련한 소망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어차피 인간은 어느 면에선 어리석기 때문에 괜찮은 듯싶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느는 것은 희어지는 머리칼이요. 풍성해지는 감성이요, 또 자연의 변화에 대한 가득한 감사뿐이다. 순리대로…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새삼 자연의 변화를 통해 느낀다.

그러나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어떤가? 계절의 변화에 반응하는가? 아니, 계절의 변화까진 아니라하더라도 세상 논리에 의한 변화는 이뤄가고 있는가? 겉으론 어떨는지 모르겠다. 늘 있어 온 ‘빨리빨리’ 문화, 그리고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 같은 이색적 현상까지. 이렇게 보면 인간 역시도 변화에 능숙해 보이기도 한다.

그럼 인간 내면의 변화도 겉모습의 변화 속도와 같을까?

4월 20일. 바로 오늘 장애인의 날. 많은 사람들은 이 날을 알고 있을까?

알 뿐 아니라 자신이 그간 장애인들에게 했던 알고 모르고 저지른 잘못과 실수. 고치기 위해 애 쓰고 있을까? 반성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저 늦게나마 특별하게 여기거나 차별하지 않으려는 그런 모습은 갖고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혹 아직도 자신의 가슴에 마치 공기를 빵빵하게 넣어 곧 터져버릴 풍선의 모습처럼 그만큼의 편견은 넣고 있는 건 아닌지.

단언하긴 어렵지만 후자인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자연도, 인간의 겉모습도 시시때때로 옷을 갈아입는데 왜 인간의 내면만은, 특히나 장애인을 향한 그릇된 생각은 그리도 늦게 변하는 것인가?

동화 <토끼와 거북이>속에 등장하는 거북이는 이미 결승선을 넘은지 오래라 몇 세대에 걸쳐 전해지고 있고, 토끼 역시 애저녁에 투덜거리며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왜 아직도 롱 프레임(Wrong Frame)은 변화하지 않는 것일까?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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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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