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직원, 교육강사 등 총 19명(휠체어 이용 장애인 11명, 비장애인 8명)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일본 연수를 다녀왔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사람들이 많아 걱정 반, 기대 반의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배려로 다수의 직원들이 출동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 11명의 탑승을 도왔다. 다행히도 우리의 탑승시간으로 인한 연착은 없었다.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기가 일본이구나’라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브릿지에서 입국장으로 가는 길목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이었다. 우릴 반기고 있는 것은 에스컬레이터 뿐. ‘이걸 어쩌라는 거지..’ 하지만 우려는 금새 사라졌다. 공항 직원은 우리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하고 버튼을 누르자 에스컬레이터가 변신을 했다.

에스컬레이터 속도가 느려지더니 계단 3개가 평평해지면서 휠체어가 탑승할 만큼의 공간이 생겼다. 휠체어 11대가 한 대씩 올라가다보니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할 일 이었다. 아마도 위태로운 휠체어 리프트에 몸을 맡기고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올려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간사이공항 변신 엘리베이터(좌), 일본 지하철 경사로.ⓒ한국척수장애인협회

첫 날 방문한 고베의 메모리얼 파크는 고베 대지진 이후 피해현장을 공원화한 장소였다. 당시 공원 안에 벼룩시장이 열렸는데 차량에서 물건들을 바로 내려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원 내에 차량이동이 빈번하게 있었는데 우리 강사들이 사진촬영 하느라 차량을 보지 못한 채 길목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량은 장애인이 전부 이동할 때까지 경적 한번 울리지 않고 기다렸다. 나는 그 모습을 넋 놓고 신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3박 4일 동안 이용한 숙소는 Big-i센터(국제장애인교류센터)다. 말로만 듣던 Big-i센터. 듣던 대로 모든 장애유형의 장애인에게 불편함이 없는 시설이었다.

가장먼저 놀란 것은 장애인 화장실과 일반 화장실이 구분되어 있었는데 일반 화장실 역시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또한 무거운 강당 문이 원터치 버튼으로 열렸고, 1층의 좌석은 바닥 밑으로 들어갈 수 있게 설계된 신기한 시설들을 보았다.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든다고 해 직접 볼 수는 없었다)

그 외에도 숙박시설, 부대시설, 식사까지 부족함이 없었다. 협회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 마다 고민하고 벽에 부딪히던 휠체어 이용 장애인 단체 숙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한국에도 이런 기관의 설립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래본다.

오사카 척수손상자협회 관계자 미팅 장면(좌), Big-i 홀 내부 견학(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둘째 날은 일본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 도톤보리, 신사이바시를 탐방하기로 했다. 일본의 지하철은 한국과 비슷했지만 역무원의 태도가 달랐다. 목적지를 이야기 하니 플랫폼에 이동식 경사로를 들고 역무원이 따라왔다.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단차가 있어 경사로를 직접 설치해 주었다. 애초에 단차가 없게 만들었다면 역무원의 도움이 필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시내 구경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오사카 척수손상자협회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화목한 분위기가 이어진 가운데 오사카협회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내용의 대화가 있었다.

일본에는 장애인주차구역 불법주차 단속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단속 제도에 대해 설명하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반면 일본의 장애인주차구역은 잘 지켜지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그것이 배려라고 답했다. 10만원의 벌금을 물려도 잘 안 지켜지는 한국과, 단속이 없어도 잘 지켜지는 일본. 시민의식의 변화가 시급해 보였다.

셋째 날은 나라로 향해 사슴공원과 동대사를 방문했다. 아시아 최대의 목조건물이라는 동대사는 중요한 문화재 임에도 휠체어 경사로를 만들어 장애인의 출입을 용이하게 했다.

동대사의 경사로(좌), 일본 특장버스(우).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어 방문한 곳은 종합복지타운인 행복마을(시아와세노무라). 60만평의 광활한 공간은 감탄을 자아냈지만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버스 창밖으로 풍경을 감상할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자원봉사자가 기관 안내를 해주어 깊이 있는 질문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마지막 날, 교토의 금각사와 기모노 쇼를 감상하고 간사이공항으로 향했다. 3박 4일 일정동안 만났던 일본 사람들은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 기분 좋은 기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에 오자마자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을 실감하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는 한국에 돌아오기도 전,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간사이공항 게이트부터 실감했다. 사람에 치이고, 쇼핑백에 치이고, 캐리어에 치이며.. 유심히 지켜보니 역시 한국 사람이었다.

필자는 지난 2월 말, 한양대학교 한국관광연구소 연구실장님과 함께 한국의 관광지 편의시설 답사를 다녀왔다. 외국의 장애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관광코스를 함께 돌아보며 개선해야할 사항들을 점검하고 자문하는 일이었다.

동대문 디지털 프라자, 두산타워, 63빌딩 등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들을 답사했다. 지난 10여 년 전과 비교해 한국의 편의시설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시설은 좋아졌으나 시선은 그대로였다.

수많은 인파 속. 그들의 시선 안에 휠체어는 없었다. 휠체어를 발로 차고도 사과는 커녕 자기 바지 털기에 바쁜 사람, 오히려 노려보는 사람, 엘리베이터 탑승 시 휠체어 앞으로 새치기 하는 사람 등등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반면 오사카에서 만난 일본 시민들은 엘리베이터, 지하철, 인도 등 거의 모든 상황에서 휠체어가 먼저였고, 부딪히기 전에 멈췄음에도 언제나 ‘스미마센’ 이었다.

이번 연수를 진행하며 우리나라와 일본의 편의시설에는 큰 차이가 없단 것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에는 큰 차이를 느꼈고 시민의식 향상을 위해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 글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김세윤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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