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자 에이블뉴스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인거주시설을 방문해 모의 대피훈련에 참여해서 장애인을 안고 훈련하는 사진이 크게 실렸고, 장애인시설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장애인시설에서 대피훈련이 반복적으로 실시되기는 커녕 한 번도 소방서와 합동으로 대피훈련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장애인 가정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이동이 불가능한 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이 수시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고, 최근에도 휠체어에 의지하는 장애인활동가가 잠을 자다가 발생한 화재에 대피를 못하고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24시간 운영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이나 대규모 시설인 장애인복지관 등에도 정기적인 대피훈련이 절실히 요구 되지만, 소규모 시설인 장애인주간보호 시설과 단기거주 시설에도 대피훈련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장애인주간보호 시설이나 단기거주 시설의 경우에는 작은 건물의 2층이나 3층에 있는 곳이 대부분이고, 화재 발생 시 여성 사회복지사들이 거구의 발달장애인들을 대피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화재 발생 시 대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불안이 산재해 있고, 단기거주 시설은 야간에 대부분 근무자가 두 명 정도만 있어서 대피에 더 큰 어려움이 있다.

우리 주간보호시설은 지자체가 장애인복지시설로 설계했기 때문에 구조대가 설치돼 있지만 구조대 활강포를 3층에서 지상으로 내리려면 여성 사회복지사 세 명의 힘으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을 만큼 무게가 있고, 지상으로 내려도 누군가 장정 세 명 이상이 지지대를 받쳐줘야 한다.

누가 그 역할을 해 줄지도 불분명하다. 지자체가 건축한 장애인복지시설에는 그나마 구조대가 설치 돼 있지만, 개인 건물을 임차해 사용하는 시설에는 아예 구조대가 설치 돼 있지도 않다.

관할 소방서에서 자주 점검을 오지만 한 번도 대피훈련을 한 적은 없으며, 민방위훈련 때나 아니면 날짜를 정해 대피훈련을 한 번 하자고 점검 나온 소방관에게 건의를 했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골든타임 안에(5분내) 출동하니까 걱정마라'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몇 개월 전 점검 때 우겨서 구조대 활강포(미끄럼대)를 지상에 한 번 내려 보기라도 하자고해서 내린 적이 있었는데, 활강포가 얼마나 무거운지 아래층 남자직원 세 명이 와서 간신히 꺼내서 내렸고, 끌어 올릴 때도 세 명이 얼마나 힘들게 올렸는지 소방관들도 지켜봤다.

상황이 이런데 화재가 발생하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골든타임에 출동한다지만 도로가 막히면 소방차도 골든타임을 지킬 수 없는 것이 도로 사정이고, 과거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장애인거주시설은 소방차 출동에 20분, 30분 이상 소요되는 깊고 깊은 산속에 있는 시설이 대부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장애인시설이 소방서와 합동훈련을 해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매월 실시하다시피 하는 자체 대피훈련은 사실상 형식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 당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 상황과 다름없는 소방서와의 합동훈련으로 훈련 상황을 숙지해서 실제 상황 발생 시 활용 가능 하도록 숙지 시켜야 한다.

따라서 보건복지부가 국민안전처와 협의해서 훈련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 지역 소방서는 세부계획을 수립해서 관할 지역의 장애인 시설을 파악해서 최소한 시설마다 1회씩 합동훈련을 통한 실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소방서의 과중한 업무로 별도의 훈련이 여의치 않다면 민방위훈련 때 한 곳씩 선정해서 대피훈련을 하는 방안이라도 수립하길 바란다.

또 건축법이나 소방관련법에 장애인복지시설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법 조항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24시간 많은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거주시설이나 복지관 등 대규모 시설과 주간보호시설 같은 소규모 시설에 똑 같이 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무리가 있다.

주간보호시설을 오픈할 때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고 동향이어서,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아침부터 따가운 햇볕이 들어와서 덥기 때문에 200여만원을 들여서 난방과 햇빛가리개용 커튼을 설치했는데, 소방점검을 와서 커튼에 방염처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후 방염처리를 하려니까 커튼 설치비와 비슷한 비용을 요구해서 도저히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커튼을 철거했고, 지금까지 겨울에 발달장애인들이 추위에 떨고, 여름에는 햇빛과 싸우고 있다.

낮 시간만 소규모 인원이 이용하는 시설에 이렇게 획일적인 법을 적용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으니 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런 불합리한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소방서에서 장애인시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화재 발생 시 장애인들이 옥상으로 대피했을 때, 옆 건물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소방관이 출동하더라도 사다리로 많은 인원을 대피 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소방관 출동 전에 화마가 옥상까지 덮친다면 참사를 피할 수 없으므로, 도시의 건물은 대부분 이웃과 층수가 비슷하고 동일한 층수나 한두 층 정도 높이 차이가 나므로, 합동훈련을 통해 건물의 옥상끼리 대피로로 활용할 수 있는 안전한 사다리를 마련하도록 건물주를 설득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 하도록 해야 한다.

화재나 사고는 예고 없이 발생한다. 스스로 대피 능력이 없는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생명과 직결된 것이므로 예방만으로는 부족하며, 대피할 수 있는 완벽한 대비가 절실히 요구된다.

장성요양병원 참사를 기억하고 있는가? 장애인시설의 화재나 사고는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장애인시설에는 단 한 번이라도 소방서와 합동훈련을 실시해서 직원들이 실제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는 보건복지부 단독으로는 불가능하다. 국민안전처와 합동으로 실시하고 지역 소방서가 장애인 시설을 주요 보호 대상으로 선정해서 화재나 사고 초기에 단 한 명의 피해자도 없는 완벽한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라.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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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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