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본다.

세상에 갑(甲)과 을(乙)이 어디 있으며,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게 어디 있는가? 하지만 존재한다. 세상은 온갖 논리를 내세워 선후(先後)를 나누고, 중요한 것을 나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무언가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당신들이 나눠 놓은 선후와 중요도. 그래요. 다 좋은데 그렇다면 그 일들의 ‘옳음’에 대한 증명은 어떻게 하려고 하십니까?”라고 말이다.

우선순위, 선행(先行)되어야 할 일. 다 좋지만 결국엔 일이 처리 된다는 것은 옳고 그름의 잣대로 먼저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에 존재하는 갑과 을. 그것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모순이다. 이런 모순의 인생을 사는 장애인들은 과연 이대로 만족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상상해 본다.

만일 이런 모순을 송두리째 없애고, 세상이 입은 옷을 새 것으로 갈아입혔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현재의 상황과 전혀 다르게 모든 것이 장애인 먼저라고 가정해 보자. 그래서 떳떳하게 사는 것도, 여러 가지 혜택도. 우러러 보는 사람들의 존경심마저도… 만에 하나 장애인 우선이라 장애인이 갑, 아니 수퍼 갑이 된다면, 필자가 언급한 옳고 그름의 잣대로 판단했을 때 과연 이것은 옳은가?

아마도 부당하다 여길지 모른다. 형평성을 따져 물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그리 된다면 극소수 몇 명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객관적으로 따져 보았을 때 이런 상황이 발생 된다면 그것은 별로 좋은 현상이 아니다. 어느 것이든 치우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언급한 꿈만 같은 이 일이 일어난다면, 반드시 잘못 된 일일까? 한 번 생각해 보자.

왜 그렇지 않은가?

“당신들은 누려 봤으니 이제 우리도 실컷 누리자.”며 억지 피울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몸이 자유롭지 않은 대신 상상할 수도 없는 거대한 혜택이 있다면 100% 나쁜 것만도 아닐 텐데 말이다.

이런 발칙한 생각을 하게 된 건 모 동영상 사이트에 업로드 된 영상 때문이다. ‘Disability Stereotypes’(‘장애의 고정관념’)란 제목으로 올라 온 이 영상은 필자의 발칙한 상상이 담겨있다.

삶 가운데 사람들은 저마다 수 천 수 만 가지의 고민을 안고 산다. 그러나 그 고민들 가운데, 필자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장애인 당사자와 그들의 가족’ 이외에 또 있을까 싶어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남긴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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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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