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과 무상보육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학교 급식을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하다가 저소득층에게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자 야당 대표가 항의 방문해서 설전을 벌였고,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이 결정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언제까지 이런 공방이 이어질지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표"를 의식한 기싸움에 피로만 더 쌓여가고 있다.

장애인복지정책에는 왜 이런 관심을 정치인들이 갖지 않는가?

보건복지부 보육정책국은 과장 2명과 직원 14명이 지난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수도권과 충청권 어린이집에서 1일 보육교사 체험을 했고, 보육정책국장도 직원들보다 먼저 어린이집 교사 체험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1일 보육교사 체험을 마친 보육사업기획과장은 "하루 종일 화장실 한 번 못 가고, 밥도 어떻게 먹었는지 생각도 안 난다."고 했단다. 결론은 "교사 1인당 아동수를 줄여야 한다"였다. "궁극적으로는 보조교사를 늘려야 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보조교사를 서서히 늘려가고, 보육교사의 갑작스런 업무 공백을 줄일 수 있도록 대체교사들도 늘릴 것"이라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무상보육예산을 알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연간 무상 보육으로 10조 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고,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보육료지원사업은 연령에 따라 월40~77만원, 가정에서 돌보면서 '양육수당'을 지원받는 경우 월 10~20만원이 지원되고 있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던 부모들도 어린이집에 보내 예산 증가에 한 몫을 하고 있고,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는 양육수당을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돌보는 부모들이 늘어서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인복지는 어떤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과 장애인정책과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장애인시설에서 1일 교사 체험을 했다는 기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왜 장애인활동보조도 본인부담금을 요구하는가? 활동보조가 시행됐을 때 불용예산이 발생했고 보건복지부가 대상자를 늘렸지만, 대상자 중에서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는 것을 보건복지부도 인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본인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라는 것을 보건복지부는 인지하고 있는가? 활동보조인은 본인부담금이라도 부담할 수 있는 장애인보다는 본인부담금이 버거워서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더 필요한 제도다. 장애인활동보조 본인부담금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

장애인주간보호 시설은 어떤가? 10년도 넘게 사회복지사 1명을 증원해 달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스스로 밥도 먹지 못하고, 옷도 입지 못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장애인이 태반인 주간보호시설에는 사회복지사 3명이 많게는 15명을 돌보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밥도 먹여줘야 하고, 간식도 먹여줘야 하며, 시간 맞춰 화장실에 데려가는 데도 옷을 입은 채로 대·소변을 보면 씻기고, 똥도 치우고, 옷 세탁까지 하고, 기업체도 아닌데 행정서류는 왜 그렇게 많은 지. 한 사람은 종일 서류작성만 해야한다.

화장실도 못 가고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생각도 안 나는 게 아니라, 밥 먹을 시간도 없다. 한 사람만 빠져도 나머지 직원들의 고통을 알기에 몸이 아파도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해야 된다. 우리도 대체 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린이집보다 장애인주간보호시설 대체인력이 먼저 지원돼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직원들과 시·도 장애인 업무 담당 공무원들도 현장에 나가서 밥도 먹여주고, 대·소변 뒷치닥거리 해보면 왜 인원 증원을 요구하는지 답이 나올 것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현장을 찾는 공무원들이 없다. 특히 복지 현장을 모르면 업무를 볼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책상 머리에서만 모든 정책을 결정하니까 복지 현장에서의 시행 착오는 물론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 3월 26일 언론보도에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보건복지부에 "앞으로는 공무원들이 반드시 현장에 가서 경험을 해본 뒤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라"고 지시하고, 모든 부처에 대해서도 현장을 찾아가 직접 체험을 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비 중이라고 하니 기대를 걸어 보겠다.

오래 전에는 주간보호시설에 경증 발달장애인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경증 장애인들은 직업훈련시설을 통한 취업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보호작업장이나 장애인복지관을 이용하고, 이런 기관을 이용할 수도 없고 가정에서 부모들이 돌보기도 힘든 중증장애인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현장 방문을 통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한 결과물로 보건복지부는 규정을 개정하고, 시·도는 내년 예산에 장애인주간보호 시설의 인력 증원을 반영해 10년 묵은 민원이 해결되기를 기대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런 건의를 해본다.

"장애인주간보호 시설 이용자들의 이용료 월 20여만원을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지원하고, 가정에서 돌보는 발달장애인 보호자들에게는 월20만원씩 보호수당을 지원해 주세요."

어린이 양육보다 발달장애인 보호가 몇십 배 더 고통스럽단다. 장애인주간보호 시설 이용료가 부담스러워서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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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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