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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를 선호합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03-06 14:21:29
활동보조인중증장애인을 기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언론은 물론 공중파 언론(KBS 뉴스9, 2015년 3월 2일 방송, 중증장애인 두 번 울리는 ‘활동지원제’ … 이유는?)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분리해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인식이 있습니다. 활동보조인중증장애인을 기피하며 경증장애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원인판단이 있습니다.

해결책으로 중증장애인을 맡은 활동보조인에게 경증장애인을 맡은 활동보조인에 비해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차등수가제)는 대책주장이 있습니다.

저는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인식에는 절반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활동보조인들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차등수가제가 이러한 사태를 해결하는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성근씨는 척수장애인입니다. 저로서는 그저 다른 유형의 장애인보다 낙상에 취약하기에 그를 옮기는 데에 보다 더 깊은 주의가 요구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한때 척수장애인을 활동보조 한 적이 있었는데, 이용자의 몸무게가 비교적 가벼운 편에 속했음에도 신체이동보조 등에 있어서 이용자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를 보조하는 데 많은 힘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격한 노동활동보조인 1인에게 온전히 맡겨집니다. 저는 그래서 방송 중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구급대원 3명이 와서야 겨우 자세를 바꾸고 빵으로 끼니를 대신합니다.”

배성근씨를 활동보조했던 활동보조인은 “구급대원 3명이 와서야”가능했던 체위변경을 혼자서 해왔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구급대원들의 미숙함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강도 높은 노동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여성 활동보조인에게 배성근씨를 맡아줄 수 있겠냐 물으면 대부분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중증장애인을 기피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육체적 조건이 배성근씨를 감당하기에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배성근 씨는 건장한 남성 활동보조인을 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남성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것은 힘듭니다. 그마저도 퇴직남성 혹은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다수이지요.

남성 활동보조인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의 문제가 남습니다. 이러한 격무에 장시간 노출되면 활동보조인은 물론이고 장애인이용자가 다칠 가능성이 큽니다. 장애인이 남성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여성 장애인은 성적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남성에게 자신의 몸을 맡겨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차등수가제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중증장애인을 기피한다는 주장에는 활동보조인경증장애인을 선호한다는 상대적인 주장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경증장애인 또한 활동보조인을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활동보조인을 하면서 만나는 활동보조인들 대부분 활동보조인 외에도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자신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수입이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하지만 경증장애인 한 사람만 맡아서는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수입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활동보조인경증장애인을 맡으며 여러 명의 이용자를 두기 위해 여러 센터에 등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더욱 열악한 노동조건을 선택하는 일입니다. 경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을 쓰는 시간은 특정 시간에 집중되어 있어 여러 명의 이용자를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혹 시간을 맞추어 여러 명의 이용자와 매칭된다 하더라도 이용자이용자 사이에 이동하는 시간은 급여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이동하는 시간에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증 장애인을 기피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됩니다. 한 명의 경증 이용자만으로는 생활하는데 충분한 임금을 받을 수 없고, 여러 명의 경증 이용자를 활동보조하면 부불노동이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활동보조를 아르바이트로 여기는 인원들만 경증 장애인을 활동보조합니다. 일자리 자체의 일시적 성격은 그대로 경증장애인활동보조인을 구하는데 불안정함을 초래합니다. 잠시 하다 떠날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책임감과 도덕성을 지닐 사람은 몇 없습니다.

“참고로 난 지금 활동보조인이 없어요. 130시간의 애매함에 오래 하는 사람이 없어서 지쳤어요.”

저는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힘들다는 인식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경증장애인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쉽다는 말이라면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는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활을 꾸려나가며 돈을 버는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육체적 조건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중증장애인을 선호합니다.

저는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힘들다는 인식은 반쪽짜리 사실이며, 활동보조인 입장에서는 바우처가 많은 중증장애인이 오히려 선호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활동보조인의 수급 문제가 차등수가제로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활동보조인 수급 문제는 중증장애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활동보조인 전반의 노동조건을 고려해야 합니다.

중증 장애인일수록 노동 강도가 강해진다는 인식은 올바른 인과를 가지지 않습니다. 장애를 설명함에 있어 의학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이 제시됩니다. 의학적 모델은 장애를 하나의 질병으로 여기고 그것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출 뿐이고, 사회적 모델은 장애가 장애로 여겨지는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회변혁에 초점을 맞춥니다.

장애를 설명하는 이 두 모델 모두, 우리가 몸으로 직접 부대끼는 장애인의 구체적 욕구와 그에 따라 활동보조인이 제공해야하는 급부를 설명해내지는 못합니다.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는 그를 둘러싼 사회적, 개인적 특성을 반영합니다. 장애 정도에 따라 장애인의 욕구를 판단한다는 것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저 기능적 차원에서만 판명되는 현재의 활동보조 판정 기준은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를 알 수 없습니다. 활동보조인노동 강도는 이용자의 장애 자체에 영향을 받기보다 복잡하게 구성된 장애인의 욕구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장애는 그 욕구를 구성하는 요인 중 하나일 뿐입니다. 시설에서 갓 나와 별다른 욕구를 갖지 않으며, 자신의 전동휠체어에 누워 먹고 자기만 하는 중증장애인과 매주 이불빨래를 요구하는 경증장애인 중, 누가 더 노동 강도가 강할지는 명백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는 장애인의 입장은 고려치 않으며 너무 활동보조인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말씀하실 법도 합니다. 하지만 활동보조인력 수급에 있어서의 진정한 문제이자 질문은 장애인을 향해 있지 않습니다.

활동보조를 하고 있지 않은 수많은 비장애인들, 활동보조를 그만두는 활동보조인들을 향해 있습니다. 왜 그들이 활동보조를 하지 않는지, 왜 활동보조를 그만두는지 물어야 합니다. 실제로 그들에게 활동보조인이라는 직업은 열악하고 매력적이지 못한 직업입니다.

장애인 이용자들로부터 성토되는 활동보조인의 무책임성과 비도덕성, 수급 불안정성은 활동보조인이라는 일자리의 열악함에서 기인합니다. 활동보조인 수급 문제는 장애인의 관점이 아니라 오히려 활동보조인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합니다.

저는 활동보조인 수급 문제를 중증장애인만이 겪는 특별한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활동보조인 노동조건은 더는 바닥을 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태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수해야만 하는 40시간의 교육, 10시간의 무급실습, 10만 원의 교육비, 절대 가볍지 않은 건강검진비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초기비용을 요구합니다. 점차로 드물어지는 대학생 활동보조인은 이를 반영하듯 두드러지는 현상입니다.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휴수당 연차수당은 물론이거니와 초과근무수당과 야간근무수당은 주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휴일에 근무한다 하더라도 앞선 근무자가 8시간을 결제하면, 초과근무수당은 받지도 못합니다. 2015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중개기관들이 노무관리의 어려움에 골머리를 썩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고 있는 중개기관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활동보조인노동조건은 열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증장애인의 현실만을 두드러지게 문제화하는 것은 경증장애인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측면에서, 활동보조인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측면에서 반만 눈을 뜬 시선일 뿐입니다.

*이 글은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조합원 전덕규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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