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싱가포르를 갔을 때의 일이었다.

물건을 사기 위해 호텔 지하에 있는 슈퍼마켓을 이용하러 내려갔었는데, 물건이 어디 있는 줄 몰라 헤매던 중 한 분에게 시선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심하게 다리를 저시고, 몸도 심하게 기울어지신 아저씨께서 일을 하고 계시는 모습이었다.

과일 및 야채코너에 계셨던 분은 그렇게 몸이 많이 기울어지는데도 슈퍼의 물건들을 옮기고 정리하고 계시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이런 분이 이렇게 운반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그분이 일하시는 것을 한참 동안 보고는 내가 물어볼 것을 물어보고 돌아왔다. 정말 차별 없이 장애인들에게도 일을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장면이었다.

내가 사는 곳에는 장애인들이 많이 일하는 대기업이 있다.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희한하게도 내가 휠체어를 탄 것을 보고는 다 거기에서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이 도시에서는 장애인들이 일할 곳이 그 곳 밖에 없나?' 하는 것이었다. ‘어디에서나 자신의 상황에 맞다’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싱가포르에서 내가 보았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MRT(지하철)을 타려고 엘리베이터를 계속 이용하는데도, 일반인들은 탑승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노약자들도 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뿐, 엘리베이터는 오로지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이 탑승하고서도 휠체어나 유모차에게 양보해 주지 않는 것을 너무나도 흔히 볼 수 있는데 말이다.

주말 백화점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여러 번 기다리고서도 결국 양보해 주는 사람 없어, 직원에게 이야기해 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적도 많았다.

대부분 공사현장에서는 보행자 이동통로를 잘 만들어 놓지 않거나 경사로가 없어 차도로 가야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는 그러한 것이 없다.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가 지나다니기 어렵다면 아예 공사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그것이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능을 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 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에이블뉴스 독자 허윤주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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