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초자연적인 힘이나 현상을 보고 기적이라 일컫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하기도 한다. 상식선에서는 충분히 납득하기 힘들고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여기 또 하나의 말도 안 되는 일을 담은 영화 한 편이 있다

영화 ‘천국에 다녀온 소년’(원제 : Heaven Is For Real)은 네 살배기 아이 콜튼이 어느 날 위급한 상황을 겪는 것으로 이목을 끌기 시작한다. 죽음을 앞둔 아이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토드와 소냐 부부는 주위 지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기적적으로 콜튼이 살았다. 그런데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 가지 기적이 일어났다. 하나. 콜튼은 수술 도중 한 번도 뇌 활동이 정지 된 적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뇌 활동이 정지 되지 않은 즉, 살아 있는 채로 천국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그가 봤다는 천국은 네 살 아이의 환상 속에 그려진 아름다운 나라일 수 있지만, 그가 묘사하는 걸 들어 보면 정말 디테일해서 단순한 상상으로 치부하기엔 힘들다. 콜튼의 아버지인 토드는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에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늘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함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증언에 반신반의 한다. 영화의 대략적 내용은 이렇다.

필자도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관심 있게 관람했다. 따라서 천국의 존재 유무는 의심이 없으나 소년 콜튼이 경험했다는 천국이 진짜일까 하는 궁금증은 진하게 남았다.

암튼 세상엔 이렇듯 믿기 어려운 일이 많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의 기준’이란 것이 없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으로 비롯된 사상과 윤리, 그리고 지식으로 판단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성(理性)이란 말로 통용된다. 보통은 이성의 영역에서 벗어나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 이성은 곧 개인의 제한적 인생관에 불과하며 때때로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장애와 장애인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많은 이들은 장애와 장애인을 마주해 보지 않고 장애의 기준을 이성으로 판단한다. 어쩌면 이성적 판단이란 지극히 우매(愚昧)한 방법일지 모르는데 말이다.

휠체어, 클러치, 어눌한 말투, 어색한 표정, 뒤틀림……

이것이 우리의 이성적인 장애 판단 기준이라면, 그 기준은 바뀌어야 마땅하다. 그 모호한 기준이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고 앞으로 전진 하지 못하게 막는 걸림돌이다.

좀 전에 필자가 썼던 것처럼 영화 속 어린 콜튼이 본 천국의 모습이 진실이냐 거짓이냐가 궁금했다고 했는데 사실은 그 진위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그가 경험했던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 대해서는 인정해 줘야한다. 그것이 먼저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장애인을 제한적 인간으로 제단하기 이전에 장애인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먼저인 듯싶다.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장애인의 불가능. 그건 아마도 우리 인생 최고의 착각일지 모른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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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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