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대구역과의 연결통로에 멈춰선 엘리베이터. ⓒ심지선

얼마 전, '대구장애인차별감시연대'의 초청으로 초등학생 대상 장애인식개선교육 방법과 장애인 편의시설 문제에 대한 강의 진행을 맡아 전북 군산에서 대구까지 이동하는 일이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내겐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기차와 지하철을 이용해야 했다. 먼저 군산역에서 익산역으로 가서 서대전역으로 향했다. 도착한 뒤에는 역을 나와 지하철 서대전네거리역에서 대전역으로 이동했고, 여기서 국철 대전역으로 가서 경부선 기차를 타고 대구역에 도착했다.

대구역에 도착해서는 다시 도시철도 대구역으로 이동 후 목적지 인근에 위치한 대구지하철 영대병원역까지 갈 수 있었다.

자가용이나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3시간 30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무려 8시간 30분이나 소요됐다.

도시철도 대구역과 연결된 엘리베이터는 운행 중단. ⓒ심지선

마땅한 이동 수단이 없어 시간이 오래 걸린 점도 문제지만, 이동 중 역사들의 장애인 편의에 한숨이 나왔다.

그렇게 힘겹게 대구역으로 이동했는데 도시철도 대구역과 연결된 통로의 엘리베이터는 운행을 아예 하지 않는 듯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라 쓰여있는 안내판은 완전히 가려져 있었고, 아래로 내려가는 곳은 리프트도 없는 계단인지라 속수무책으로 서 있기도 했다.

맞은편에 아주 조그맣게 대구도시철도라 표기된 다른 안내판과 출구 발견. ⓒ심지선

다행히 군산에서 대구까지 동행한 일행이 해당 엘리베이터 맞은편 구석에 위치한 다른 엘리베이터를 발견, 그 쪽 승강기를 이용해 지하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왠걸 그곳은 L백화점 내부와 연결되는 곳이었다. 다시 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인터폰을 누르는데, 보안요원이 나오더니 리프트가 고장이니 타고 온 엘리베이터로 되 돌아가서 1층으로 올라간 후 외부에 있는 지하 대구역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도시철도 대구역으로 이동하라는 매우 친절한(?) 안내를 받게 되었다.

작동하지 않는 리프트. ⓒ심지선

결국 작동하지 않는 리프트를 뒤로한채, 우리는 엘리베이터로 1층으로 올라가

한바퀴를 빙 돌아 외부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대구역으로 이동했다.

도시철도 대구역 외부 승강기. ⓒ심지선

결국 도시철도 대구역에 어렵사리 도착했으나 맞이방에는 직원도 없고, 역 서비스 센터도 안보이고, 승강장으로 내려갈 방법을 못찾아 막막했다.

일단 '화장실이나 갔다 와서 생각해 보자!' 하며 화장실을 찾았다. 그런데 안내표지는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았다. 결국 알아보니 화장실은 지상의 L백화점과 지하 대구역을 이어주는 중간층에 위치해 있었다. 한마디로 다시 승강기로 올라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화장실은 지하철 대구역 맞이방과 지상 연결통로 중간층에 있다. ⓒ심지선

결국 화장실 이용을 포기하고 전동차를 이용하려는데, 개찰구 주위에 리프트 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무슨 안내가 이렇게 부실한가' 생각하며 한숨한번 내쉬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대구 지하철공사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이때 만난 청소 용역 직원에게 안심역 방면 승강장 엘리베이터는 보이는데 왜 대곡역방면 승강장 연결 엘리베이터는 안보이냐고 물으니 맞은편으로 쭉 이동하면 나온다고 하기에 찾을 수 있었다.

안심방면 엘리베이터에는 대곡역 방향으로 운행하지 않는다고 쓰여있을 뿐, 대곡역 방향 엘리베이터는 어디에 있다는 설명이 없다. ⓒ심지선

그렇게 힘겹게 영대병원역에 도착했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숙소에 들어가 하룻밤을 보내게 됐고, 강의도 무사히 마쳤다. 다음날 똑같은 코스로 군산으로 돌아왔다.

대구에 대한 좋은 기억은 지하철역사에 전동휠체어 급속충전기가 비치되어 있었다는 것 밖에는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잘못된 안내와 무용지물인 엘리베이터와 리프트로 고생한 기억밖에 없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동대구역(지하) 전동휠체어 급속충전기. ⓒ심지선

얼마전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교육감 등을 뽑는 선거가 있었고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나와 같은 교통약자들이 더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있어 불편과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힘을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또한 시설을 관리하는 공기업도 교통약자의 시각으로 관련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이블뉴스 독자 심지선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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