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외국에 한 번씩 다녀올 때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마다 여전히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25일 밤 나는 잠시 사람을 만난 뒤 동탄에서 수원으로 저상버스를 이용해서 오면서 정말 수치스러운, 그리고 몰상식한 기사님을 만나게 됐다.

사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불친절한 기사님은 계시기 마련이지만 이러한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

저상버스를 타본 장애인이라면 장애인 좌석 옆의 벨을 누르면 기사님 앞자리에 별도로 표시가 되어서 안정적으로 차를 인도가까이에 대고 리프트를 내려 준다는 것은 알 것이다.

나 역시도 10년 동안 그렇게 저상버스를 잘 타고 다녔었다. 그런데 오늘 정말 대단한 여성 기사님을 만났다.

난 내가 내리고자 하는 곳에서 벨을 눌렀는데 안내려주고 그냥 가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벨 눌렀다고 이야기했다. 내릴 거라고.

그랬더니 벌컥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내릴 거면 내린다고 한마디만하면 될 것을 왜 말을 안 하냐고. 이야기를 해야 차를 가까이 댈 것 아니냐고 말이다.

나는 잠시 어이가 없었지만 차분히 참고 이야기를 했다. 장애인 벨 누르면 앞에 따로 표시가 되지 않냐고. 그래서 분명히 나는 벨을 눌렀다고.

그러자 그 기사님의 돌아오는 말은 아까보다 2배는 더 커진 목소리로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면서 그 벨은 아무나 누르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내린다고 말 한마디 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마치 내가 답답하게 말뜻을 못 알아 듣는다는듯하게 이야기를 하신다.

기분도 안 좋았는데, 나 역시도 너무 답답해서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역시 대답은 더 커진 목소리의 똑같은 대답뿐.

정말 어느 나라에 가도 생각 못 할 일이었다. 그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해 보았지만 이런 식으로 대중교통 기사님이 말하는 것은 들어보지를 못했었다.

물론 여기는 대한민국이고, 나 역시도 화를 못 참고 같이 언성을 높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냥 내가 미안하다고 할 일은 아니었다.

저상버스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도 이용을 하게 될 것이니까. 그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용하게 하려면 잘못을 꼭 짚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나는 내려서 내가 환승하고자하는 또 다른 저상버스도 놓치고, 눈에서는 눈물만 흘러내리고 손도 부들부들 떨리고 그랬다.

내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들은 나보고 왜 잘못했냐고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그렇게 하냐고 오히려 그러시는데 그게 더 화가 났다.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라고 하면서 왜 교통약자가 힘들고 불편한데 그게 내 잘못인 것처럼 잘못했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수원여객이라는 회사에 쌓인 게 더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저상버스 기사라면 조금 더 친절한 기사들을 배치해주면 안 되는 것일까?

도대체 버스회사들이 한다는 친절교육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가서 보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다.

우리나라의 복지라는 것 도대체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발전이 되는 것일까?

수원시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 기사님은 아마 나를 더욱 곱씹으면서 싫어하겠지.

자신의 잘못을 알기보다는 남을 원망할 거라는 걸 알지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나도 슬프기는 마찬가지다.

저상버스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운영이 되어서 장애인들이 기피하게 될까? 과연 누구의 잘못일지 착잡하기 만하다.

[응원게시판] 소치장애인동계올림픽 선수단에 응원메시지를

*경기도 수원에 거주하는 에이블뉴스 독자 허윤주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