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한 장면.ⓒ방귀희

사람들은 공주를 좋아한다. 여자는 공주가 되고 싶어서, 남자는 공주를 만나서 싶어서 많은 사람들이 공주신드롬에 빠져있다. 디즈니에서 공주라는 컨셉을 74년 동안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인간의 본성에 신데렐라에 대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즈니에서는 백설공주에서 시작하여 현재 흥행몰이에 나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주를 만들어냈다.

그동안 공주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는 온갖 구박을 당해도 꾹 참으며 살다가 빼어난 미모 때문에 왕자의 사랑을 받아 행복해지는 의존적인 여성상이었다. 그러다 2009년도에 티아나라는 흑인 공주가 등장한다. 티아나 앞에 나타난 왕자는 파산 직전의 개구리였다. 개구리 왕자는 티아나에게 의지한다. 결국 공주가 왕자를 구해주는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4년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엘사공주의 특징은 왕자가 없다는 것이다. 엘사는 여왕이 된 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을 고독에 가두어버린다.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사람들을 지키려고 하는 것인데 엘사여왕의 고독을 녹여준 것은 여동생의 자매애라는 것이 <겨울왕국>의 주요 내용이다.

왜 디즈니에서 얼어버리는 마법을 설정했으며 그 마법을 왕자가 아닌 여동생이 풀도록 하였을까? 그것은 현대인의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현대사회에서 소통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불통 때문인데 불통이 생기는 것은 마음이 닫혀있어서이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여동생이 한 것은 여동생이 다름아닌 또 다른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문제를 만드는 것도 자기 자신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자기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겨울왕국>이 주고 있다. 이렇듯 2014년 공주는 자립형이다. 2014년 여성계는 성차별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성차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어한다. 여성의 문제가 아닌 사람 본질의 문제가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겨울왕국>이란 예술세계에서 보여주는 공주와 2014년 우리 사회에 나타난 공주는 너무나도 다르다. 최근 경질된 해양수산부장관은 연구원이었다가 장관이 되었으니 공주가 된 것인데 경질된 이유에 대해서는 백번 동의하나 사람들의 입에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는 장관 외모에 대한 평가에 관해서는 여성들이 침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성부장관이 그랬다면 사람들은 과연 뭐라고 했을까? 굳이 표현할 필요도 없다. 아직도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는 반페미니스트적 발상을 갖고 있다. 여성이 외모로 평가되는 한 신체의 결정적인 다름을 갖고 있는 여성장애인은 절대로 공주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모든 여성이 공주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여성이 갖고 있는 아픔이다. 대다수의 여성들은 평범하게 살아야 하는데 공주도 받는 여성 차별을 어찌 평범한 여성들이 피해갈 수 있겠는가. 올해 대학을 졸업한 여학생들의 대기업 입사는 바늘 귀에 낙타 들어가기만큼 기회가 적다. 대기업에서 여자를 꺼려하는 것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한 업무 지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약자이고 여성장애인은 약자 중의 약자이다. 언젠가 디즈니에서 여성장애인 공주가 탄생한다면 2014년 자립형 공주에서 한발 더 나가 사람들이 공주의 장애를 아름다움으로 인식할 수 있는,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요구된다. 미래의 공주는 외모적 단점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형 공주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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