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30일 오후 8시경, 지인의 피아노 연주회에 초대되어 관람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전동휠체어의 스틱에 빨간불이 들어옴과 동시에 그대로 멈춰섰다. 그것도 길 한복판에서.
즉각 전동휠체어 수리 담당자께 전화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고, 군산시 장애인 콜택시는 오후 6시 이후로 운행 하지 않는다는 말을 누누이 들었으므로 전화를 할 생각을 못해 난감한 상태였다.
그래서 휠체어를 판매한 사장님께 전화 했더니 김장 관계로 먼 시골에 있어서 와줄 수 없으니 119에 도움을 청하라고 일러줬고, 알고 있던 장애인단체장에게도 전화를 했더니 타 도시의 경우 119가 와서 도와주니 119에 연락해보라고 했다.
날은 어둡고, 춥고 막막해서 119에 연락해 일단 구급차가 오긴 했는데 출동한 대원이 "규정에 없고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리는 것도 환자 외에는 안 되는데 오늘만 해드리는 겁니다. 다음에는 고장 나면 택시를 불러서 가세요."라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어떻게 혼자서 택시를 탈 수 있냐고 물으니 "어쨌든 저희 규정에 없는 것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접수를 받은 구급대원이 시청에 화물차를 의뢰 했지만 늦은 시각인지라 다들 퇴근하여 구급차만 보내 드린다고 했는데, 그럼 애당초 접수를 받을 때부터 일언지하에 안 된다고 하면 다른 방법을 강구 했을 것이 아닌가?
결국 전동휠체어는 공연장 측의 배려로 공연장에 맡기고 119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출동한 대원이 웃으며 "아주머니, 당연하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다음에는 이런 일로 119를 부르시면 안 됩니다" 라고 말했다.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도 사고를 당하면 출동해서 구해 주는데 장애인이 동물보다 못한 존재인가 싶은 생각과 자괴감이 들게 하는 태도에 솟구치는 눈물을 참으며 집에 와서 이를 악물고 119에 전화를 했다.
일단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나서 "전동휠체어가 고장 나서 꼼짝 할 수 없었고 장애인콜택시도 이용 할 수 없어서 도움을 요청 했는데 규정에 없는 거라고 하시면서 다음엔 택시를 타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규정에 없는 문제를 가지고 저희를 부르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것도 있는데 오늘 같은 경우에는 규정보다는 안전이 먼저 아닌가요? 몸이 불편한 사람이 하다하다 안돼서 도움을 청한 건데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 너무 서운해 하지마시구요. 저희한테 말씀하셔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높은 분에게 말씀하시던가. 민원을 넣으세요……" 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고장 난 전동휠체어를 타고 도로 한복판에 서 있다가 사고를 당해야만 119를 부를 수 있단 말인가?
7년 동안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녔지만 이번 일은 악몽임과 더불어 규정, 규정 운운하는 119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출동 대원의 형식적인 태도와 더불어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기에 제대로 된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에 서러웠다.
군산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나와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 일 것 같다.
장애인콜택시가 운행을 하지 않는 날(공휴일, 주말, 심야시간) 전동휠체어가 고장 났을 때 중증장애인인 경우. 택시타고 내리기 힘들 경우, 내려서 집안까지 이동이 힘든 경우에 119 차량으로 이동 조치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일 일과 시간 이후 시청 근무자 퇴근으로 화물차 이용이 불가능해질 경우에도 대책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주문하고 싶은 것은 비상상황이 발생될 경우를 대비해 오후 9시까지 장애인콜택시 1대 정도를 상시대기시켜 운행될 수 있었으면 한다. 전동휠체어가 갑자기 고장 나는 상황과 직계가족의 사고 등의 긴급 상황시 바로 호출할 수 있는 차량 말이다.
허위 호출이 걱정이라면 비 응급 상황시 호출한 경우로 확인될 때 차후 장애인콜택시 이용에 제약을 두게끔 페널티 규정을 둔다면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에이블뉴스 독자 심지선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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