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에이블뉴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지금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 복지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 이른 것이 사실이지만,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새누리당에서 제시한 정책공약도 있고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장애인 관련 국정과제를 제안한 바 있는 만큼, 장애인과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를 엿보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다.

먼저 새누리당 정책공약 중 장애인 분야 10개 약속과 인수위 제안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중 “장애인의 권익보호 및 편의증진” 과제의 주요 추진계획을 비교해보면, 전반적으로 국정과제가 정책공약보다 후퇴·축소된 부분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정과제이든, 나아가 정책공약이든, ‘장애인권리보장법’과 ‘한국수화언어기본법’의 제정과 관련된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공약·과제의 제목이나 그 내용 면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

물론 그동안 장애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것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겠지만, 정부가 선제적·전향적으로 어떤 정책을 입안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이에 박근혜 정부의 장애인복지에 대한 이러한 평가에 기초해서 새 정부의 장애인 관련 국정과제에 그 내용을 추가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인 등록·판정 제도의 개선과 관련하여, 획일적 장애인 등록 제도를 폐지하고 현행 장애 판정 제도(장애 유형·등급 분류)도 폐지해야 하며, 대신에 급여 수급 자격의 개별적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고용 보장에 있어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준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장애인의 취업 뿐 아니라 고용 유지를 감시·감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근로지원인 제도도 활성화되어야 하며, 나아가 장애인의 고용을 창출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장애인의 교육 보장과 관련하여 국정과제에 의하면 특수학교를 신·증설하고 전공과 학급을 확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물론 필요한 정책이겠으나, 근본적으로는 통합교육의 원칙을 천명하고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의 실질적인 통합을 추진하는 등 실질적인 통합교육의 실현을 도모해야 한다.

나아가 장애인의 고등교육을 위하여 대학 내 장애 학생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국가·대학의 정책이 필요하고, 또한 장애 대학생·대학원생을 위한 서비스 프로그램에 대해 대학이 예산의 일정 비율(스웨덴의 경우에 장애 대학생을 위하여 0.15%)을 할당하도록 하고 그 비율로 장애 학생의 욕구의 부응에 충분하지 못한 대학에 있어서는 그 초과 비용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더불어 장애인 평생교육(특히 온라인을 통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외에 국정과제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에 관해 제안해 보자면, 장애인 정책·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을 들 수 있다.

먼저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하고 이에 장애 영역에서의 국가적(범정부적) 계획과 전략·정책·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가칭 ‘장애에 관한 대통령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최소한 현재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지방정부 내 사업 시행·관리 담당 인력의 비전문화의 문제와 지방정부 내 장애인 정책·서비스에 대한 관심도와 예산 비율의 하락의 문제가 있으므로, 아예 전향적으로 장애인 정책·서비스에 관한 한 지방정부 중심에서 중앙정부 중심으로 환원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지방정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근본적으로 장애인복지 시설·기관이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흐름에서 정부가 장애인에게 (소득 보장 정책을 통하여) 직접 비용을 제공하고 장애인이 스스로 선택한 시설·기관에서 비용을 지불하여 서비스를 구입하는 흐름으로, 장애인 서비스·비용 흐름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의 선택을 지원하고 서비스를 연계·조정하기 위한 시스템도 도입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장애인복지 시설·기관에 대한 감시·감독이 강화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보호 및 옹호’(Protection and Advocacy, P&A)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장애인 정책․서비스의 계획·모니터링·평가에서 장애인 당사자의 적극적인 참여 기회가 부여되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이 정부를 바라보면서 국민이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장애인과 관련해서도 부디 새 정부가 획기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함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크게 신장시킨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가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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