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 ⓒ에이블뉴스 DB

총선연대가 ‘총선연대 활동평가와 향후 연대방안 모색 대토론회’를 열었으나 10여개 단체만 참여한 가운데 구체적인 자체평가 없이 향후 방안에 대한 의견만 수렴한 채 공식일정을 마무리하였다고 한다.

총선연대에 대한 후유증으로 인해 도덕적, 정치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장애계를 또 다시 우롱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총선연대의 양대 주축이었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이하 장총련)의 두 회장이 절차와 합의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비례대표 후보에 접수해 버젓이 국회의원이 되었는데도, 그간의 활동에 대한 최종평가도 없이 향후 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공약연대에서 총선연대로 전환할 당시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정치에 줄대기식 추천제 자체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들러리로서 정치적 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권리보장의 약속을 받아내고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던 어느 단체의 뼈아픈 지적이 새삼 가슴 아프게 되살아난다. 이제라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뼈아픈 각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간사단체를 맡은 단체에서는 참여단체에 대하여 회의 결과에 대한 불복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자 거나, 원칙이 정해지면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거나, 다른 선거나 공약 관련 연대체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요구들이 있었다. 그러한 각서를 실제로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그러한 것들이 강조되었던 것은 그것이 총선연대 안에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룰이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결국은 회의 결과에 복종하지 않고 별도로 행동하거나 회의 결과는 참여 단체들의 모의에 의한 조작으로 치부하면서 별도의 행동을 한 것은 주관단체였고, 선언과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도 집행부였다.

또 불출마 선언도 깨졌고, 추천위원회의 배심원 투표의 쇼도 그 결과는 무시되었고, 회의의 중간에 발표한 회장직 사퇴니 백의종군이니 하는 것도 모두 참여단체를 얕잡아 보는 속임수였다.

“선거나 국회에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실패하였다고 탈퇴를 하면 참여단체는 그것만이 목적이었단 말인가!”라고 하며 집행부는 떠난 사람을 원망하지만 때린 사람이 맞은 사람에게 맞으려고 여기 온 것이 아니니 맞고도 볼일은 보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제는 집행부가 참여단체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거나 애써서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회장들을 국회에 내보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그것이 실패하자 저 난리들이라고 말하는 것은 참여단체에 대한 모독이다.

진정 회장 국회의원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원칙도 무시하고 뜻을 이루기 힘들게 되자 집행부의 권력남용으로 결국 금기의 이브 사과를 따먹어버린 것은 집행부이다. 그러고도 가해자가 피해자 앞에서 호통을 치고 있으니 적반하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총선연대를 꾸리면서 원칙이나 규칙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지적은 틀린 말이다. 원칙은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상식조차 무시하고 원칙을 지키지 않은 쪽은 집행부이다.

최소한 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인정하고 따라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해 놓고, 자시들이 유리한 때에만 그 원칙을 핏대 높여 강조하고 불리할 때에는 원칙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이다. 회의를 진행하고 주관한 집행부가 그 회의를 비판하고 따르지 않으며 단독 행동을 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찾으려 변명하는 것에 원칙과 규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총선연대를 대선연대로 전환한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다시 맡기는 꼴이 되고 만다. 전혀 잘못을 알지도 못하는 자에게 그래도 같이 살자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참여단체들은 또다시 대선의 표몰이에 이용당하고 그들의 세력화에 머리 숫자만 보태고 말 것이다.

총선연대 파국의 원인은 과열이나 참여단체의 속셈의 미달성이나 엉성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계산된 참여단체 속이기에서 출발하였으며, 세의 과시를 위해 참여단체를 이용한 것뿐이다.

대표단체로서의 자질도, 자격도 상실한 마당에, 평가도 비판도 없다면 장애계에는 힘을 가진 자들의 폭거와 폭력만이 난무할 것이다.

5·16 군사혁명은 우국충절에서 나왔으며, 군인은 다시 본연의 위치로 돌아갈 것이라는 약속이 어디 지켜졌던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부르짖으며 순수함과 백의종군을 외치던 사람들이 장애인의 대표처럼 권력을 쥐게 되었다.

국민들을 억압하기 위해 국가재건위원회를 만들어 논리적으로 정당성을 만들어간 것처럼 또 다시 참여단체들에게 들러리 노릇을 하라는 것은 가혹하지 않은가! 총선연대는 그저 역사 앞에 고개 숙이고 조용히 사라지기를 바란다.

1960년대 군사정권시대로 다시 시계를 돌려버린 장애인의 대표단체의 쿠데타가 앞으로 얼마나 장애인당사자와 소수자를 억압할지 참으로 걱정이다.

*이 글은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이자 장애소수자연대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김효진 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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