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케케묵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보려 합니다. 에이블뉴스의 독자발언대에 어느 분이 유모차와 휠체어의 차이를 적어주셨는데 저는 그 글을 읽고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정말 맞습니다.

휠체어와 유모차는 외관상으로 다른 점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유모차는 귀여움의 상징이고 휠체어는 답답하고 안쓰러움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 TV에서 인종에 따른 편견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대략적인 내용은 흑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서 겪는 고충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배울 점은 많으나 그와는 반대로 피부색에 따른 차별도 많다고 했습니다. 취직을 하려고 면접을 보려 할 때에도 능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이 검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도 해보았는데 무거운 짐을 들어줄 때도 흑인보다는 백인에 대한 우호도가 높았으며, 길을 물어볼 때도 흑인보다는 백인에게 더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했던 흑인들의 말이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그들은 그들의 피부색을 탓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사회 속에서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할 때면 속이 상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들의 눈물에 저는 곧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설움을 다 알지 못합니다만 저 또한 그 입장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어쩌면 피부색의 다름보다 더 큰 차별을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장애인은 어떻습니까? 몸만 자유롭지 못할 뿐 정신은 한없이 자유롭습니다. 헌데 실상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면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비장애인들끼리의 대화에서는 누군가에게 힘듦을 털어놓을 때 같이 힘들어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 진짜? 많이 힘들었겠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대화의 경우 저의 사례를 비추어 보자면 같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전혀 아무 말이 없다가 한마디 툭 던집니다. “그렇게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좀 생각을 바꿔 볼 필요가 있겠어.” 이는 전형적인 차별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어딘가에 가게 되면 그 곳에 간 이유가 저 때문이고 주체가 저인데도 불구하고 도와 준 이에게 “수고하셨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어딘가 모르게 잘못된 것입니다.

물론 첫 번째 경우나 두 번째 경우 모두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맘을 모르는 바도 아닙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이해를 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저 안타까워서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다름(Difference)은 잘못(Wrong)이 아니며 다름은 틀림이 아닙니다. 안경을 끼고, 안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장신이 있고 단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잘못됐다거나 틀리다고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저의 다른 모습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 가뭄에 콩 나듯 다른 이들과 달리 살아갈 수 있어서 감사할 때도 있습니다. 다름의 문제 때문에 편견을 안고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이 안 되는 것을 두고 모순(矛盾)이라 합니다. 모순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관점을 바꾸어 보면 그것은 기적이란 말로 바뀔 수 있습니다. 기적은 모순에서 시작됩니다.

장애도 마찬가지입니다. 틀리다고 잘못이라고 생각하던 것을 다름으로 바꾸면 그것은 기적이 됩니다. 그리 되면 더 이상 유모차와 휠체어를 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아도 됩니다.

어쩌면 이 시대의 장애인들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이유는 편의시설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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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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