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후견인 제도를 위한 입법 추진 운동에 관해서 미국에 사는 발달장애 자식의 부모의 한 사람으로써 필자의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성년 자식을 가진 부모는 부모 사후에 그 자식에게 남겨준 유산으로써 계속 그의 생애가 재정적인 면과 신상에 큰 지장 없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동서를 막론하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후견인제도가 과연 우리 발달장애 자식에게 최선의 방법일까를 고민해 보고, 미국에서는 부모들이 어떻게 자기들의 사후를 준비하는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에서는 자식이 18세가 되면 독립적인 시민으로 간주됩니다. 부모도 법원으로부터 법적 후견인으로 임명되어야 후견인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독립된다는 것은, 발달장애가 있는 자식이 정부로 부터의 공적 지원에 대한 수혜자격을 심사하는데 부모의 재산이 전혀 고려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백만장자라도 자식은 그의 재산이 $2,000 미만이고 연간 수입이 최저 생활권 이하이면 정부가 지원하는 모든 혜택을 무료로 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은 물론 재산면에서 이런 수혜자격을 만족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발달장애 자식이 상당한 부모의 재산을 유산으로 받게 될 경우 그가 과거에 받은 혜택을 금액으로 환산해서 정부에 반환해야 하며, 재산이 $2,000 이하로 내려가기 전까지 그가 받고 있는 공적 서비스를 현금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부모들이 사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미국의 후견인법상 후견인의 종류는 크게 세가지, 신상감호 후견인, 재산 후견인, 그리고 신상과 재산 후견인입니다.

그런데 재산에 관한 후견인은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별로 해당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그들에게 재산이 거의 없고, 유산으로 그들이 재산을 물려받게 되면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결국 정부로 거의 다 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특수욕구신탁(Special Needs Trust)이라는 제도를 입법화 했습니다.

이 신탁은 부모가 설정하지만 그에 들어간 재산의 법적 소유주는 신탁(Trust)이기 때문에 발달장애 자식이 갑작스러운 재산으로 인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습니다. 신탁에 넣을 수 있는 재산은 현금, 부동산, 유가증권 등등 모든 자산가치가 있는 것이며, 부모 생전에 언제라도 그리고 누구든지 그 발달장애 식구를 위해서 입금을 할 수 있습니다.

신탁은 대개 은행이 맡게 되고, 그의 운영은 신탁운영위원회가 합니다. 이 운영위원회의 구성도 부모가 간여합니다. 부모가 이러한 신탁을 설정할 때, 돈의 사용용도, 사용방법 등을 상세히 짜 놓습니다. 용도를 설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지원의 서비스에 중복되는 용도를 포함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각가지 법에 걸맞도록 꾸며져야 하기 때문에 대개는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습니다.

미국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흔히 쓰이는 후견인은 신상감호 후견인이어서 재산이외의 그 신변에 관한 것을 처리해 주고 있는데, 후견인제도는 근본적으로 당사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때문에 법정에서 설정 시 될 수 있는 한 제한적으로 합니다.

미국에서는 후견인제도를 만들 때에 예상치 못하던 병폐가 종종 발생해서 발달장애 부모연합회(ARC)가 후견 서비스 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한 일이 수차 있었고, 현재의 후견인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견인제도의 이용을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의 사항에 대한 후견을 하도록 되어있고, 될 수 있으면 후견인 제도 이외의 다른 방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서비스 지원체제, 사회 체제, 관습에 물론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회의 체제 중 장점이 있다면 우리에 맞게 만들 수 있고,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당한 불미스러운 경험이 우리 한국사회에도 적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과 그 가족들을 위한 신탁제도를 도입해서 한국 실정에 맞도록 만들 수 있다면, 우리 발달장애 자식을 둔 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이 해결됨은 물론 후견인 제도를 운영하기위한 국고가 절약되리라 믿습니다.

*이 글은 미국 시카고에 사는 장애인 부모이자 국제발달장애인협회(IFDD) 대표 전현일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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