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승강기 이용시간. ⓒ이혜원

고속버스를 타고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여행을 다니다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종종 불편해진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여행 계획을 짜면서 씨름을 앓던 기억이 떠올라서이다. 매년 여행 계획을 짤 때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얼마나 가보고 싶은가가 아니라 얼마나 가까우며 얼마나 쉽게 이동할 수 있느냐이다. 자연스레 여행지는 항상 비슷한 곳으로 제한 될 수밖에 없다.

전동차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부산의 대표적 터미널인 사상터미널의 사례를 들어보자. 장애인이 지하철역에서 사상터미널이 있는 지상까지 오를 수 있는 수단은 계단 옆 리프트 밖에 없다. 다른 출구로 이어져 있는 계단 보다 훨씬 길기에, 설치되어 있는 리프트 또한 굉장한 육체적, 위험적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관내 직원에게 물어본 결과, 승강기는 건설 중에 있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이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에 한 곳인 터미널에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가 없다는 사실이 정말 아쉬웠다. 다음 난제는, 지하철 출구에서 터미널 매표소까지 가는 길이었다. 매표소가 1층에 있지 않은 관계로, 건물 내 승강기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전동차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들어가기에는 승강기의 너비가 턱없이 좁았다. 게다가 승강기 이용시간은 7시부터 22시 30분으로 정해져 있어서, 그 이외 시간에는 장애인은 고속버스를 탈 수 없는 것과도 같았다. 또한 승차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의 경우, 휠체어와 전동차가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좁았다. 그러나 필자는 고속버스 앞에서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고생 끝에 고속버스 앞에 다다를지라도, 고속버스를 탈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큰 전동차는 어떻게 할 것이며, 저상버스가 아닌 고속버스에는 어떻게 오를 것이며, 전동차를 두고 타면,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난제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따라서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이동권과 접근권 보장을 위해 고속버스 터미널에도 다양한 개선책들이 강구 되어야 한다. 첫째, 편리한 이동수단 시설 설치이다. 이동이 잦을 수 밖에 없는 터미널부터 장애인용 에스컬레이터 및 승강기가 보급되어야 한다. 최대 맞춤화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실질적으로 원활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원스톱으로 고속버스 승강장에 갈 수 있도록 제도화 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은 사전 예약을 한 뒤라면, 매표소에 갈 필요 없이 승강장으로 바로 가서 버스를 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이 힘들게 매표소에 가지 않고, 승강장의 좁은 출입문을 통과할 필요도 없을 것이며 전체적인 이동 동선이 축소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휠체어 및 전동차 렌트 서비스제도이다.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특장차 및 특장 버스가 보급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당장 이것이 힘들다면, 각 지역 터미널마다 휠체어 렌트를 서비스화 해서 장애인들이 어디에 도착하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인을 위한 고속버스 요금 할인제가 있었다. 제도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정작 위와 같은 이동권과 접근권의 편리성을 보장 받지 못한다면, 결국 일부 장애인들만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산재해 있는 불편함을 개선하여, 신체적 장애로 인해 묶인 발을 사회가 다시 한 번 묶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길 바람이다.

승차장에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사상터미널의 좁은 출입구. ⓒ이혜원

사상터미널이 있는 지상까지, 다른 출입구로 이어지는 계단에 비해 유난히 긴 계단. ⓒ이혜원

*이 글은 부산광역시에 사는 에이블뉴스 독자 이혜원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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