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6시 20분 울산광역시청 앞. 박민규씨의 외로운 1인 시위. ⓒ박경태

조심스럽게 다가가 ‘피켓을 들어드릴까요’라고 물었더니 박민규(31·뇌병변장애 1급) 씨는 “선생님께서 들어주시는 것은 고마우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저촉되면 ’선생님이 고생하실 수도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가 떨리는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휠체어를 타고 목에 피켓을 걸고 울산광역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씨의 사연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다음은 박씨와의 1문 1답이다.

문) 언제부터 1인 시위를 하는 것입니까?

답) 2009년 7월 1일부터 현재까지 하고 있습니다.

문) 1인 시위하는데 가장 힘든 것은 무엇입니까?

답) 무더위와 화장실 문제 그리고 시민의 무관심이 가장 힘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 1인 시위를 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됩니까?

답) 울산의 모 시설에서 태어나면서부터 약 40년 동안 시설에 수용돼 있었던 이이자(여성)씨가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퇴소하려 하나 아무런 준비를 할 수 없었던 세월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에 이런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문) 그럼 우리 사회가 시설 장애인들에게 어떤 지원책을 강구해야 하는지요?

답)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먼저 갈 곳이 없습니다. 이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퇴소를 한다고 결정하면 작은 집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들은 집을 살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일부 책임을 함께 공감하는 측면에서 직은 집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이를 제도화 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일부 생계비를 지원하고 동시에 활동보조서비스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가정 내 생활환경을 지속적으로 정비 및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자립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문) 이 지원책이 제도화되기에는 시간과 사회적 논의가 많이 소요될 것 같은데?

답) 우리는 지금 바로 해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먼저 울산시에서 시설장애인들의 실태조사와 자립생활에 대한 욕구조사를 시행하고 그에 대한 중장기적인 자립생활지원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것입니다.

문) 그럼 지금 울산시에 제도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일단 울산시에서 의지를 먼저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시민이 잠재적인 장애인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장애인 행정을 해 달라는 것이며, 그 바탕 아래서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정책을 총괄할 태스크포스(Task-Force)를 설치하여 구체적으로 자립생활에 필요한 조건 대상 등을 명확히 하여 울산시 장애인자립생활지원 특별 조례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문) 혹시 1인 시위 중 울산시 관계자와의 면담요구를 한 사실이 있나요?

답) 네, 우리가 1인 시위하는 것 자체가 면담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요?

문) 자립생활지원과 관련해 앞으로 많은 투쟁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답) 우리는 이미 각오를 하고 있고 앞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1인 시위뿐 아니라 장애인 단체와 연대하여 투쟁할 것입니다.

필자가 만나본 박 씨는 자신들이 이유 없이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을 공유하면서 지역사회 속에서 장애인도 공존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알고 있다. 지난 과거의 정부들은 장애인을 인권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지 않았고 정비대상으로 판단해 장애인이면 시설에서 수용돼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국가 복지정책이라고 한 것을.

여기에 외국인들에게 보기 싫다는 이유는 지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개최될 때 무차별적으로 시설에 입소하게 하여 장애인들의 인권을 짓밟았던 때를 분명히 우리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에 이들은 자신은 장애를 입은 죄밖에 없다면서 그것도 국가에 대한 큰 죄라면 사회적 약자인 우리는 죽음을 담보하여서라도 그것이 죄가 아님을 밝히고 당당히 자립생활을 요구하는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가의 편의(보기 싫다는 이유, 성공적인 행사 개최)에 의해 강제로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과 이들을 알면서 지금까지 외면한 정부와 우리사회 그리고 국민들은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며, 이제 이들에게 따뜻한 집과 생활을 하게 할 수 있는 비용 그리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활동보조인 등 이들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와 지원 그리고 격려 등 우리가 대답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비단 장애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설에 갇힌 채 행복할 수 있을까? 이들이 인간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할 때이다. 헌법과 장애인복지법의 목적에 맞는 제도와 행정이 하루빨리 도입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대한민국 헌법 제10조)

"이 법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밝히고, 장애발생 예방과 장애인의 의료·교육·직업재활·생활환경개선 등에 관한 사업을 정하여 장애인복지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며, 장애인의 자립생활·보호 및 수당지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장애인의 생활안정 등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통하여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장애인복지법 제1조)

관심없는 울산시청, 관심없는 시민들. ⓒ박경태

혼자이지만 아름다운 박민규씨의 1인 시위. ⓒ박경태

깨알같은 요구안을 담은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박경태

*이 글은 대한안마사협회 울산지부 사무국장 박경태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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