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우리나라 장애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내가 보는 우리나라의 장애인식은 너무나도 형편없다. 특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일수록 더하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께서 청주 시내에서 채소를 파시는데 내가 그 앞을 지나가다가 혼이 난적이 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시면서 하시는 말 “아가씨! 아무리 걷는 것이 귀찮아도 그렇지 멀쩡한 아가씨가 그런 걸 타고 다녀도 되는겨? 어서 빨리 일어나서 걸어가지 못하겠어”라고 소리를 치신 적이 있다.

이렇게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의 자립이란 개가 말을 하는 것처럼 놀라운 일일 것이다. 맞다!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장애인들은 아직도 이 사회가 무섭고 함께 나가야 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스스로 자립을 하지 못하고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장애인들이 참 많다.

그렇다면 자립생활은 과연 뭘까?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단어는 우리나라엔 없었다. 오직 재활만이 살길이었고 재활이 안 되는 장애인들은 쓰레기처럼 시설에 버려져야 했고 오래된 장롱 속에 처 밖아 둔 고장 난 재봉틀처럼 골방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야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중증장애인들의 삶도 변하고 있다. 며칠 전,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거북이와 달팽이가 5m거리를 놓고 경주를 하는 모습을 봤다. 물론 거북이가 이겼다. 두어 시간 만에 들어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 반면 달팽이는 하루 종일이 걸려서 들어왔다. 언뜻 보면 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주 천천히 그리고 줄기차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처럼 중증장애인들의 삶도 아주 천천히 그리고 줄기차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움직임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사회의 중증장애인들은 여전히 교육에서, 노동의 현장에서 차별과 소외당하고 있으며 대다수 장애인들은 골방과 시설에서 죄수처럼 살고 있다. 그런데도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장애인 자립생활이란 이론이 어떤 의도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 땅에 들어왔는지는 얘기하지 않겠다. 이 칼럼을 보시는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리라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아이엘(IL)이라 일컬어지는 자립생활이 이 땅에 들어왔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만도 전국적으로 50개가 넘게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마치 달팽이의 움직임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10년 동안 줄기차게······.

그런데 과연 올바로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자립생활 5년차다. 5년 전 우연치 않게 자립생활을 공부하며 이 길을 걷게 되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자립생활은 과연 뭘까? 장애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또 비장애인들에겐 아무런 가치가 없는 걸까? 그리고 처음 교수와 학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땅에 자립생활을 전파한 것일까? 그래서 지금, 자립생활이 제대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라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쳐가야 하는 것일까?

고백하건데 난 학식이 많거나 똑똑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4년간의 대학과 2년의 사회경험과 그 경험들을 통하여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사회현상들을 체험하며 살아온 얘기들을 자립생활과 결부해 쓸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립생활이란 무엇이든지 혼자서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장애인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할 수 없는 부분은 활동보조인에게 도움을 받아 내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하며 오늘은 무엇을 먹고, 무슨 일을 할 것이며, 누구를 만날 것이며 어디에 갈 것인지의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자립이고 자립생활이다.

선택이나 결정이 가능하다면 중증지적장애인에게도 자립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자립생활이란 시설로부터, 부모나 가족으로부터의 자립을 의미하며, 결코 남이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는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자신이 주인이 되고 자신의 삶에 일상생활의 주체자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 자립이며 자립생활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마음을 열고 앞을 향해 힘껏 달리며 혼자가 아닌 많은 동지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장애인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난 오늘도 외친다.

“올바른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활동보조 시간을 달라. 장애인 차별 철폐투쟁!!”이라고…….

*이 글은 충북 청주시에 사는 에이블뉴스 독자 조우리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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