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전세난과 관련, 정부가 저소득층 및 취약 거주민들을 위해 임대물량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그 계획에는 장애인을 위한 정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들이 나올 때마다 반가운 한편으론, 과연 현실 속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 수 있을지, 공연히 기대만 주는 부푼 정책이 되지는 않을지 의문이 갑니다.

장애인 친구 한 분이 들려주었던 주거와 관련된 고충이 떠올라서 입니다. 전세계약기간이 만료를 앞두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골목골목을 힘들게 누비며 집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하지만 소득에 비해 턱없이 높은 전세 및 월세 가격보다 더 높았던 벽은 집주인들의 장애인에 대한 냉랭한 시선이었다고 합니다.

자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은 포기한 채, 국가와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매입주택 전세(국가에서 기존 주택을 매입해 이를 주거 취약 층에게 저렴하게 전세를 내어주는 제도)를 알아보면서 또 한번 벽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신체적 장애를 가졌기에 아무래도 안정성과 편리성을 꼼꼼히 알아보고 싶어서, 나와 있는 물량들의 주소라도 먼저 알아보고 싶었으나, 공공기관 직원들은 평수와 대략의 입지만 알려주고 주소를 알려주는 것은 현재 사는 집주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꺼려했습니다.

평수가 장애인들의 주거권을 실현시켜주는 단 한 가지 척도가 절대 될 수 없음은, 장애를 가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터인데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중개업소 사람들에게 주택공사 지원으로 집을 알아보러 왔다고 하면 그들 중에 대부분은 노골적으로 귀찮아하며 고개를 흔들고,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고 요구 되는 서류가 너무 많아서 피하고 싶어 하는 기색을 역력히 보인다고 합니다.

이 몇 가지 사례들만 보더라도 적어도 장애인들의 주거복지에 있어서, 나라에서 내놓는 정책과 현실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공급물량을 늘리고, 지원금을 준다는 정책을 내놓더라도 정책이 현실화 되는 과정 속에서 넘어야 하는 사회적 장애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이러한 장애들을 유연하게 어루만질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때, 그 정책은 실로 현실과 맞닿아 실현가능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저 또한 실은 이런 비판을 할 수 있을 만큼 당당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몇일 전 봉사활동을 해왔었던 장애인야학에서 장애인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제 자신이 장애인들이 겪는 현실에 대해 머리로만 알았을 뿐 몸으로 마음으로는 알지 못해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서 비정부기구학을 연구하는 학생으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통합 부분에 역점을 두던 중 이 친구에게 “왜 장애인들은 외곽에 있는 영구임대아파트에 몰려 지내야만 하는지,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주거 취약 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단지 곳곳에 분산시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함께 어울려 지낼 수 있도록 정책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라고 질문했었습니다.

제 예상과 달리 이 친구는 물리적인 분리보다 더 두려운 것은 통합이 되더라도 냉랭한 편견과 심리적 분리이기에, 옆집에 산다손 치더라도 겪어야 할 따돌림의 시선이 더 두렵다고 했습니다.

“사회문제를 논하기에 아직도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구나”라고 반성함과 동시에 좀 더 현실과 부딪혀봐야겠다고 자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주택과 관련된 고충에 대한 글들을 좀 더 많이 보고, 그리고 좀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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