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래 하나가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바쁘게 지내다가도 그 노래만 들으면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이 살아나기도 하고 잠시 그때로 돌아가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씩은 동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며칠 전, 그러한 경험이 하나 추가되었다. 여러 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었기에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오면 기분이 좀 풀릴까 싶어 무작정 눈에 보이는 노래방으로 들어갔다. 지체장애인인 기자는 점심밥은 물론 영화도 혼자 보러 가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기에 노래방 역시 동행인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몇 곡이나 불렀을까. 잠시 쉬는 사이에 옆방에 있는 사람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부른 노래를 기억하는 것은 노래의 음정이 아니라 그가 바꿔 부른 가사 때문이었다.

6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일 할 곳 구해주고 간다고 전해라

7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믿을 사람 구해놓고 간다고 전해라

8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내 새끼 때문에 못간다고 전해라

9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내 새끼보다 하루 늦게 간다고 전해라

100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눈 감고 갈 수 없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더 이상의 노래 소리를 들리자 않고 반주 소리만 들렸다. 그는 아마도 울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의 자녀가 무슨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겉으로는 멀쩡한데 하루 종일 돌봐줘야 하니"라는 말에서 그 괴로움의 크기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예전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체, 시각 등과 같이 어느 정도 사회에 노출이 된 이들에게는 관대해 진 것 같은 장애인식은 발달장애와 같이 비장애인들이 주변에서 마주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인식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현실은 지난해 발달장애인직업개발훈련센터(서울커리어월드) 건립 공사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 드러나게 되었다.

발달장애인 역시 학령기 이후 교육이 필요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자림도 필요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이들에게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부모가 노력을 열심히 해서성공적인 재활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기" 전에 "아들은 내가 먼저 데리고 간다" 라며 삶을 마감하는 이들을 우리는 뉴스를 통해 종종 보아 왔다. 자녀와 함께하는 삶이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기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리라.

“내 새끼 때문에 못 간다고 전해라”라고 노래를 부르던 그 아버지의 눈물은 언제쯤 잦아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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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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