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증장애인 배성근씨 모습.ⓒ에이블뉴스DB

취재를 하다보면 가끔 마음이 쓰이는 분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달 초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성근씨도 마찬가지다.

6년 전 작업 도중 낙상사고를 당한 성근씨는 경추를 다쳐 어깨 밑으론 움직일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다. 그에게는 일상생활을 도와줄 활동보조인이 절실하지만 누구도 하려하지 않는다. 보통체격 남성인 성근씨의 체위변경부터 신변처리까지 돕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활동보조인이 없어 홀로 집안에 방치된 그는 119까지 불러 체위변경을 요청했지만 차갑게 거절당했다.

이틀간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밥통에 밥 한 숟갈 떠달라고 했지만 그거마저도 거절당했다는 그는 "남들에게 부담스런 존재로 살고 싶지 않다. 죽고만 싶다"고 내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46세 중년남성의 눈물 앞에서 나는 말을 잃었다. 사지마비라서 죽을 수도 없어 살아간다는 성근씨에게 그저 글로써 그의 현실을 알리겠다는 약속밖에 해줄 수 없었다.

이날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 성근씨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일에 대해 노력해줘서 멋져요'란 문자가 도착했다. 손을 쓰지 못 하는 그가 입에 스틱을 문채 하나하나 작성했으리라.

그의 인터뷰가 나가자 같은 중증장애인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최중증장애인인 당사자로서 활동보조인이 꺼려하는 부분에 대한 공감은 물론, 아무런 대책 없는 중계기관에 대한 비판도 연이었다.

거친 말투도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우리도 살고 싶다”. 인터넷 댓글뿐이 아니었다. 기자의 개인 휴대폰으로도 배성근씨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도와주고 싶다”는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다.

내 얘기처럼 공감한다는 와상장애인부터 멀리서라도 이동해 도와주고 싶다는 활동보조인, 중계기관인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까지, 그들은 배성근씨의 안타까운 사연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활동보조가 없어 죽고 싶다는 최중증장애인의 애타는 목소리는 한 사람이 아닌, 장애인들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연 속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오는 6월부터 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이 확대되지만 성근씨와 같은 최중증장애인들의 문제 해결은 없다는 점이다.

현재 1~2급에서 3급으로 신청자격이 확대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현재도 꺼리고 있는 최중증장애인 활동보조를 어느 누가 하려 할까. 조금 손이 덜 가는 3급, 시각장애인에게만 편중되면 그때는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활동지원제도가 만들어진 취지 자체가 성근씨와 같은 최중증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한 것 아닌가?

10년 전 동파 속 얼어붙은 채 사망한 중증장애인 사건 이후 제도화의 목소리를 높여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사업을 거쳐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쟁취한 지 8년, 현실은 활동보조인의 눈치를 보면서 할 말도 못하는 천덕꾸러기 중증장애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오는 6월,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신청자격 확대 외에 사각지대를 위한 해결책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장애인계도 제도화를 요구했던 10년 전 당시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사각지대 없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정착에 온힘을 기울여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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