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산KT-고양 오리온스 경기.ⓒ방송캡쳐

지난 18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 소닉붐과 고양 오리온스의 프로농구 경기. SBS스포츠 채널에서 생중계 해설을 진행하던 한 해설자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했다.

KT용병의 실력을 두고 박수교 해설가는 “KT선수들한테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장애인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라는 발언이었다.

발언 이후 박 해설가는 사과를 했지만, 왕년의 농구스타이자, 감독, 경력도 짧지 않은 해설가의 경솔한 언행은 충분히 입방아에 오를만하다.

자신의 의견이 아닌 입으로 입으로 전하는 것이라 너무 경계심이 없었을까. 평소 장애인에 대한 박 해설가의 인식이 어떤지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다.

사실 언론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도 이지연 KBS아나운서는 방송에서 출제된 한자 문제 '이유식'을 맞추는 중에 진행자인 손범수 MC가 틀린 이유를 묻자 '한자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었다.

지난 2013년도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스트와 진행자가 청각장애인을 비하하는 벙어리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이는 고스란히 화면에 나타나는 자막을 통해 방영됐다. 그 이후에도 끊임없는 장애 비하는 있어왔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난 3일 “신문 방송 등 언론보도에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만들 수 있는 지칭이나 속단, 관용어가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언론매체의 장애비하 표현에 대해 관행 개선 의견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는 그저 표명일 뿐, 강제성은 없다. 인권위의 의견표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10일 후 모 언론에서는 “절름발이”란 제목을 사용했다.

영화의 메시지에 비해 내용의 이어짐이 부실하다는 의미로 사용했다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작동한 것으로 판단될 수 밖에 없다. 이어 또 몇일이 지난뒤 박수교의 장애비하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인권위원회의 의견표명이 언론사들의 반성과 행동으로 끌고 가지 못하다는 결과다. 의견표명이 단순 표명으로 끝난다면 의미가 없다. 언론인들은 용어를 쓰고 “사과”만 하면 끝나기 때문이다.

언론인의 사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실수라고 하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흥분해서 의도치 않게 나오는 육두문자가 아닌, 엄연한 방송이었고 그는 ‘프로’였다. 물론 현실 속에서는 방송퇴출이 이뤄지지 않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따끔한 ‘채찍’이 필요하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