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후퇴한 국립극장. <칼럼니스트 박종태>

서울시 장충동에 자리 잡고 있는 국립극장에 제보를 받고 찾아갔다. 지층에 들어서니 엘리베이터 위치를 알려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첫 느낌은 좋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화장실에 가보니 양쪽에 화장실이 있으나 장애인화장실은 남여공용이었다.

비데기와 센서가 잘 설치돼 있고, 수도꼭지도 자동으로 잘 돼 있었다. 문제는 남여공용이라는 것이었다. 비장애인 화장실을 남여공용으로 만들면 큰 문제가 되지만 장애인화장실은 남여공용으로 만들어도 문제가 안 되는 사회를 보면서 분노가 일어난다.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설치하는 국립극장의 사고방식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다.

해오름극장 옆에는 경사로가 잘 설치됐고, 휠체어장애인이 편하게 극장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무대로 가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 있었다. 휠체어 장애인이나 목발 장애인이 무대로 가는 길은 거대한 장벽과 같은 느낌을 준다. 국립극장 책임자에게 묻고 싶다. 이곳은 왜 경사로 못 만들고 경사로에 손잡이 설치를 생각하지 못하는가?

만일 책임자가 휠체어 장애인이라면 이런 시설을 어떻게 보실까? 장애인 편의시설은 설치 전, 설치 후 책임자들이 휠체어 타고, 목발을 집고 곳곳을 돌아보면 문제점은 해결될 수가 있다.

해오름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장애인좌석을 살펴보니 맨 뒤로 가 있었다. 제보에 따르면 그동안 장애인좌석은 중간 조금 뒤쪽 통로 있는 곳에 설치가 되어 있었다. 뒤쪽 관객들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가려서 불편하다고 원성이 높아 뒤로 옮겼다는 것이었다. 국립극장 담당자를 불러서 따졌다.

“국립극장에서 장애인들 푸대접하고, 장애인 좌석이 맨 뒤로 옮긴 것은 큰 문제다. 지방 수원등 공연장에도 VIP석을 없애고 장애인 좌석을 만들고 있는데, 국립이라는 글자가 무색하다. 어떻게 이런 구시대적인 발상을 했느냐?”

이렇게 따졌더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와서 점검했다고 답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장애인 좌석을 뒤쪽에 설치를 하도록 하였는지 문의하니 그런 것은 아니고 관람하기 편한 곳으로 설치를 요구했다고 했다. 뒤쪽이 휠체어 장애인들이 관람하기 좋은 장소인지 재차 문의했다.

그리고 해오름극장 입구 계단에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었다. 저시력 장애인은 눈이 부시고 색상이 구분이 안 되고 미끄러워서 불편하고 다칠 위험이 높다. 시각장애인이나 목발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은 미끄러워 계단에서 넘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입구에 점자유도블록 설치해놓고 다른 곳에는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점자유도블록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고 하지만 장애인 불편은 곳곳에 있었다.

달오름극장은 한참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었다. 지층으로 가는 곳은 계단으로 돼 있고 입구는 경사로가 있는 등 정말 문제가 심각했다.

해오름극장은 전체 좌석이 1,522석에서 1,563석으로 늘어났으며 좌석 폭은 점차 커지고 있는 국민 체형에 따라 500mm에서 500~570mm의 8종류로 선택해 직선형 통로 대신 방사형 통로로 재배치하고 또 엇갈리게 배치함으로써 최대한의 가시선을 확보했고, 객석 경사 또한 13% 높아져 어느 좌석에서라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하지만 왜 장애인좌석은 맨 뒤로 만들고 화장실 남여공용으로, 점자유도블록은 스테인리스로 설치해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장애인들을 불편하게 하는가?

국립이라는 글자가 무색하고 부끄럽다. 지방 문화공연장은 장애인 좌석을 중간에 만들고 장애인불편을 없애는데 국립극장이 거꾸로 가니 문제가 심각하다. 달오름극장도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장애인 불편이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국립극장은 장애인 좌석을 중간에 만들고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은 철거하고 장애인 화장실 남여 분리해 설치해야한다. 문제점을 하루속히 개선해서 국립극장의 국립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

중간에 있던 장애인좌석이 모두 맨 뒤쪽으로 옮겨졌다. 국립이란 글자가 부끄럽다. <칼럼니스트 박종태>

국립극장 해오름공연장 무대로 가는 길에 놓인 계단. 휠체어장애인의 이용이 불편하다. <칼럼니스트 박종태>

달오름극장 지하로 가는 길에도 계단이 있어 불편하다. <칼럼니스트 박종태>

해오름대공연장 장애인화장실. 비데기, 센서 등이 잘 설치됐으나 남녀공용이다. <칼럼니스트 박종태>

해오름극장 계단입구에 스테린리스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됐다.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다칠 위험이 매우 높다. <칼럼니스트 박종태>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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