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9일 서초구청 예술의 전당 부근에 건립된 육교의 어처구니없는 장애인편의시설 실태를 에이블뉴스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이 육교는 지난해 7월 군인공제조합에서 건립한 것으로 육교 한 쪽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으나 다른 한 쪽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어 휠체어장애인이 육교를 건너다닐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는 에이블뉴스 뿐만 아니라 같은해 7월 28일 SBS 8시 뉴스에 ‘장애인 배려없는 겉만 번지르한 예술육교’라는 제목으로 보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군인공제조합은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주민들을 위해 육교를 건립을 하고 서초구청에 기부체납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초구청은 장애인편의시설이 없어 문제가 됐던 이 육교를 기부체납한다고 하니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에는 안중이 없이 기부체납만 받으려고 하고 있다. 완공된 지 8개월이 되도록 이 육교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서초구청 도시정비과 노OO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항의를 하였다. 육교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는 어떻게 돼가는지 문의를 하였다. 담당자는 현재 계단이 설치된 곳에도 경사로(램프)를 만들어 장애인 편의를 돕겠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였다.

서초구청측은 작년에도 육교 옆 5층 건물을 헐고 그곳에 경사로를 만들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겨울에 눈이 오면 미끄럽고 비가 오면 횔체어, 유모차 등이 이동하기 불편하니 예산낭비이다. 금싸라기 같은 땅도 보호하고 건물 철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담당자는 막무가내였다.

또 서초구청은 경사로를 설치할 부지를 확보해 주기로 군인공제조합에게 약속했으나, 부지확보를 해주지 않아 기부체납도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편의시설이 없는 채로 육교를 기부체납 받고 후에 구청예산으로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려는 것인지..답답하다.

이처럼 서초구청 도시정비과 직원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안일한 모습을 볼 때마다 분노를 할 수 밖에 없다.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중에 어떤 것이 장애인들에게 편리하고 예산도 적게 드는지는 안중에 없다.

55억원을 들여서 조형물에 육교를 설치해놓고 장애인 편의시설은 설치하지 않으니 장애인편의시설이 조형물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서초구청장에게 묻고싶다. 조형물로 사람들에게 눈요기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들 생명이 달려있는 편의시설이, 엘리베이터가 더욱 더 소중하다.

서초구청의 장애인을 무시하는 행정에 가슴에 분노가 끓어오른다. 서초구청은 하루속히 육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장애인들이 눈, 비가 와도 편하게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장애인 배려없는' 겉만 번지르한 예술육교

SBS 8시 뉴스 2004-07-28

<앵커>

장애인 휠체어나 유모차는 올라갈 수만 있고 내려올 수는 없게 돼있는 육교, 무려 55억원짜리랍니다. 장애인의 눈높이로 보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입니다. 기동취재 박정무 기잡니다.

<기자>

다음달 중순 완공 예정인 서울 서초동의 한 육교.

지체장애인 47살 최광훈씨가 길을 건너기 위해 이 육교 경사로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반대쪽에 다다른 최씨는 곤혹한 표정을 짓습니다.

진입로가 모두 계단으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최광훈/지체장애인 : 올라오는 거 있고요, 내려오는 경사는 전혀 없습니다. 건너편에도 내려가는 경사로가 없습니다.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오지는 말라는 얘깁니까?]

결국 최씨는 다시 육교를 내려와 한참 떨어진 횡단보도로 길을 건너야만 했습니다.

당황스럽기는 유모차를 몰고 가는 한 주부도 마찬가지.

이리 저리 애를 써보다 결국 포기하고 유모차를 돌립니다.

이 육교는 군인공제회가 초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서초구청에 기부한 것입니다.

예술적인 육교를 만들겠다며 무려 55억이나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설계와는 달리 경사로를 육교의 한쪽에만 설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렇다보니 육교의 이용은 장애인들에는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또 육교에 설치된 경사로도 이렇게 폭이 좁고 기울기가 급해서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불편합니다.

[박종태/장애인 권익지킴 : 한쪽에는 경사로를 만들고 한쪽에는 계단을 만들어서 장애인들이 전혀 이용할 수 없구요. 저것은 구색만 맞춰놓은 전시행정의 표본입니다.]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구청측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고태규/서초구청 도시정비과장 : 장애인 분들의 통행이 불편한 데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부지가 확보되는 대로 빠른 시일내로 경사로를 확보하겠습니다.]

55억원이나 들여 겉은 번지르 하지만 사회적 소수를 위한 배려는 전혀 없는 예술 육교.

[저희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없는 어설픈 도움을 준다고 한다면 차라리 눈에 안보이거나 안 만드는 게 낫습니다.]

박정무 기자 sense@sbs.co.kr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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