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이 진지하다.

얼마전 (사)푸른하늘 장애인 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이동문화센터’ 발기식에 참석 했다가 개그맨 조정현씨를 만날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한 가운데에도 재활과 좋은일을 많이 한다는 소식을 익히 들은 터라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분이다. 행사가 끝나 갈 즈음 누가 보건 말건 얼른 조정현씨에게로 다가가서 “선생님,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했더니 ‘01~1~222~203..아니…아~니야. 01x-22x-104x.’하고 잘못 적은 숫자를 볼펜으로 지우며 직접 적어 주신다.

순간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내가 조선생님의 입장에서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언뜻 보기에 풍채도 좋고 해서 순간 나는 조선생님이 장애를 가졌다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 나았겠지” 하고 생각했던 내 큰 실수다.

그래서일까. 너무 미안했던 나는 얼른 뛰어나가 차를 막 타고 떠나려는 조선생님께 “저…저기요…모자 쓰고 안경 쓴 저 꼭 기억해 주세요. 다음에 전화 드릴께요. 제 이름은 김진희입니다.”

혼자 생각했다. 기억해 주실까.

아니야 기억 못 할 꺼야. 유명인인데….

이틀 후 난.. 조정현 선생님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저. 김진희입니다. 기억하세요. 몇일 전 행사 때 만난..모자 쓰고 안경 쓴…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었습니다. 시간이 가능하시면 언제 한번 찾아뵙고 싶은데….전화 주세요. 참고로 제 홈페이지 주소는요 http://www.uk-ortho.co.kr입니다.”

오전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한시간 두시간 기다려도 답멜이 오지를 않는다.

“잊어 버렸구나. 하긴…난 유명한 기자도 아니고…바쁜 분이 날 만나주겠어. 에궁 꿈도 야무졌지.”

이렇게 막 체념하고 포기하려는 순간…전화가 왔다.

“여기 조정현 회장님실인데요. 김진희씨 인가요?”

“네,,,맞는 데요.”

“내일 시간이 되신다고 하니까요, 오후 1시까지 오세요.”

“넵”

와우….기분 좋다.

잊어버렸는 줄 알았는데….

다음날…난 대림동에 있는 ‘정현부페 웨딩홀’을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지난번에 한번 뵙고 인사드렸었죠?

요즘 선생님 근황은 어떠신지, 재활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은 몸이 불편하기 전에도 많은 장애인들이라던가 재해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많은 봉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일은 지금도 몸이 불편하신데도 꾸준하게 하고 계신다기에…그래서 이렇게 선생님에 대해 알고 싶어서 찾아 왔어요.”

조정현 선생님은 뇌졸중에 의해 언어 장애가 있으셔서 항상 옆에서 말을 전달해 주는 분이 있다.

조선생님이 재활을 시작한지는 이제 6개월밖에 안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몇 개월 재활 한 덕에 의사소통도 어느정도 가능하고 갈지 자처럼 걷던 걸음걸이도 이제는 제법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건 1999년인데…그래서 물었다. “재활하는 시간이 너무 늦은 거 아니예요? 그전에 시간이 많이 있었을텐데요…”

“아니. 그때는 내가 언어 장애가 있었는지 느끼지 못했어. 한 2년 동안은 말이야. 그런데 장애인 등록증을 받고서야 아. 내가 장애인이구나.하는걸 알았지. 많이 바빴어. 웨딩홀 인수하고 보수 공사하랴, 여기 저기 봉사도 하고 일하랴.”

요즘 조정현 선생님은 일주일에 4번.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1시간씩 언어재활 치료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집에 와서 1시간 가량을 파견 나온 치료사에게 자세 교정을 받는다.

12시쯤에는 정현부페 웨딩홀에 나와 업무를 보는데, 토요일 같은 경우는 저녁 9시 10시 정도에 퇴근을 한다고 한다.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웃으며, 나에게 커다란 다이어리를 보여 준다.

다이어리에는 깨알같이 빼곡하게 써 내려가 있는 그의 스케줄과 그 날 누가 다녀가고 무엇을 했는 지, 누구와 약속이 잡혀 있는 지 등이 한눈에 다 알아 볼 수 있게 적혀 있다.

요즘 조정현 선생님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활동은 2001년 6월부터 열기 시작한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모임’이라고 한다.

이 모임의 회원은 300여명으로 매월 넷째주 목요일 오후 7시 정현뷔페에서 장애인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연예인들의 공연을 열고 있다. 조선생님의 부탁을 받은 몇몇 연예인과 개그맨 김정렬, 배영만씨등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조선생님의 활동에 지난해에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명박 서울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다. 올 5∼6월달에는 “싱겁게 먹기 운동 본부”를 발족할 계획이라고 말하는 조선생님께 ‘싱겁게 먹기 운동은 왜요?’ 하고 여쭈었더니….

“내가 뇌졸중이잖아, 그러다 보니 몸도 불편하고 언어도 잘 안되고, 내가 불편하고 아파 보니까 아프면 안되겠더라. 그래서 사람들에게 뇌졸중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싱겁게 먹기 운동'을 하자는 거지.” 하면서 모 신문에 싱겁게 먹으면 몸에 좋고 뇌졸중을 방지 할 수 있다는 모병원 의사의 인터뷰기사를 스크랩한 걸 보여준다.

인터뷰 내내 조선생님에게서 표정이나 옷차림 등 흐트러진 모습을 전혀 발견하기 힘들었다. 되려 내가 약속시간이 조금 늦어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고, 사진을 못 찍어서 다시 되돌아가 찍는 해프닝까지 벌이고 왔으니, 얼마나 웃었을까. 덜렁댄다고….

아직도 내 기억속엔 "어쩔 수가 없어”, “사모님 제비 한마리 키우시죠”등의 수많은 유행어와 제스츄어로 시청자들을 TV앞에 잡아 두었던 개그맨 조정현씨로, 그리고 유난히 중절모가 잘 어울렸던 한 사람으로 기억 될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1∼2년 안에…TV에서 조정현 선생님만의 특유의 재치와 말솜씨로 다시 팬들 앞에 불굴의 용기와 희망으로 우뚝서지 않을까 싶다.

**조정현 선생님….

재활 열심히 받으세요. 그리고 하루빨리 TV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기대할께요.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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