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혁이의 일등 언어치료사 동생 승혜.

지난 해 여름 인터넷에서 장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에이블 뉴스를 알게 된지도 7개월이 되었다. 장애인 신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검색창 아래 우뚝 자리잡은 에이블 뉴스의 존재는 뜻밖이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

늘 무언가 나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고질병'으로 인해 용기를 내어 에이블 뉴스에 애니매이션 영화 <강아지똥>에 대한 감상평을 올린 후 매일 마주보며 함께 생활하며 웃고 때로는 티격태격 싸우며 엄마도 함께 커가게 하는 승혁이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면서 승혁이는 어느새 일곱 살이 되었고 어찌보면 사소하고 고만고만한 에피소드로 엮어진 승혁이의 육아이야기를 칼럼이라는 소중한 보금자리에 담아준 에이블 뉴스에 감사한다.

<달팽이> 칼럼을 통해 누군가에게도 말못했던 승혁이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마음껏 쏟아내서 그런지 어쩌면 에이블 뉴스는 승혁이의 자라는 모습을 늘 옆에서 함께 지켜본 또다른 '어머니'같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속에 자랐건만 승혁이의 일곱 살이란 나이는 대견하고 흐뭇하기보다는 버겁고 초조하다. 이제 초등학교 입학이 일년 후로 성큼 다가온 시기라서 그런지 올해에는 꼭 승혁이가 전보다 많은 발전을 하길 바라며 이제는 자기표현을 막힘없이 다 해내는 다섯 살배기 제 동생 승혜에 비해 이제서야 두 음절의 짧은 단어와 '싫어요', '이리와요', 정도로 간단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 승혁이의 언어수준을 비교해 보면 착잡할 때도 있다.

한시라도 빨리 뭔가 해줘야 할텐데 하고 승혁이를 바라보며 늘 고민만 했지 실천은 부족했던 게으른 엄마인 나 또한 마음이 바빠졌다. 일년 전쯤 모재단에서 무료로 배포한 언어치료 프로그램 CD를 신청해 받아만 놓고는 수북히 먼지가 쌓이도록 방치해 두다가 요즘 들어 하루에 한번씩 단 5분만이라도 승혁이와 함께 공부해 보기로 했다. 이것이 2004년 올해의 가장 중요한 나의 계획이다.

또한 컴퓨터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 속 시원히 트이지 않는 언어발달 대신 손가락 운동이라도 열심히 해서 '뇌파'를 자극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하고도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작은 방에 있던 컴퓨터를 거실에 있는, 유리그릇이 가득 담긴 찬장과 맞바꾸는 대공사를 나홀로 땀을 뻘뻘 흘리며 감행하면서도 마음만은 뿌듯했다. 처음엔 그저 모니터를 손으로 쾅쾅 치며 컴퓨터를 '때리는 도구'로 생각했던 승혁이도 이젠 좋아하는 게임까지 생겨 컴퓨터 앞에서면 '오라~오라~(오락,오락)'할 정도로 오락 매니아가 되어버렸다.

주위에 친구가 하나도 없는 승혁이가 컴퓨터를 통해서나마 세상나기를 위한 준비로 시작한 것인데 하루종일 컴퓨터에서 나오는 동요를 따라하며 컴퓨터에 관심을 보이더니 생각보다 훨씬 빨리 컴퓨터와 친해지며 이젠 조그만 손으로 마우스도 클릭할 줄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던 승혁이가 제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그저 대견하기만 하다가 요즘은 아예 오락중독을 염려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아예 즐겨찾기에 승혁이방을 만들어 놓고 아이가 좋아하는 오락, 교육 등으로 나누어 언제든 승혁이가 좋아하는 화면과 빨리 만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일상에서는 제 뜻대로 안될 때가 더 많지만 자신이 원하는 승혁이만의 세상을 꾸며나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고 싶다.

벌써 새로운 한 해를 맞은지 눈 깜짝할 새에 첫 달을 아쉬움 속에 흘려보냈지만 지금 나에게는 이미 얻은 참으로 소중한 것도 많고 승혁이와 함께 할 새로운 시간 속에서 기대할 것도 많다.

승혁이보다 훨씬 심한 장애를 가진 중증 장애아를 키우면서도 씩씩하고 밝게 살고 있는 장애아 부모들도 많은데 어찌보면 그분들의 힘겨운 삶에 비해 엄살로 보여질 지도 모를 나의 부족한 육아이야기를 소중한 공간으로 담아준 에이블 뉴스와의 만남이 고맙다.

장애아를 키우며 어떻게 언어지도를 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 나같은 부모에게 학습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언어치료 프로그램들, 사용해 보면서 아직은 보완할 것도 많고 기대에 못 미치는 면도 없지 않지만 아마도 열악한 상황속에서 언어치료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했을 교육프로그램을 만드신 분들의 수고로움에 대해 감사한다. 아직은 오락만 하겠다고 떼쓰는 승혁이와의 기싸움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하루에 단 5분만이라도 아이와 조금씩 달팽이처럼 꾸준히 학습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 성과를 볼 날이 꼭 있으리라 믿는다.

장애란 단지 불편한 것이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늘 내 자신에게 다짐을 하면서도 승혁이와 함께 사람들과 마주칠 때 때때로 날아오는 의아해하는 듯한 타인의 시선에서 가끔은 당당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위축되는 듯한 내 자신이 아쉽다. 그렇지만 엄마가 당당하면 아이도 당당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번 더 힘을 내본다.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의 아쉬움으로 2004년의 한 달을 보냈지만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실천하며 남은 열 한 달을 보내고 싶다. 에이블 뉴스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도 아쉬움 속에 흘려보낸 1월은 잊어버리고 남은 열 한 달을 가슴 속에 품은 계획을 꼭 실천하며 멋지게 보내길 빈다.

올해 정신지체 3급 판정을 받고 현재 언어발달 및 발달지체를 겪고 있는, 여섯 살된 아들(백승혁)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아들의 장애를 알기전에는 무조건 장애라는 사실을 거부하고 싶었는데 막상 아들의 장애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나니 슬픔보다는 앞으로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가 더 막막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자료도 체계화되어있지 못한 현실 속에서 장애아동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연구는 너무나 부족한 실정입니다. 아들과 제가 겪는 하루하루의 일상을 칼럼 <달팽이>를 통해 실으면서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살고계신 장애아를 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인 임상경험담이 되었으면 합니다. 장애아동의 부모가 되기엔 특수교육에 대한 지식도 턱없이 부족하고 준비되지 못한 부모이지만 일년여간의 심리 및 언어치료와 통합유치원 생활을 통해 이제 겨우 두 음절의 단어와 짧은 동사를 말하기 시작하는 승혁이를 보면서 아주 작은 희망을 엿봅니다. 지금 시작되는 이 작은 희망이 언젠간 지금의 힘겨움을 이겨내고 나중에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으로 발전되길 바라면서 승혁이와 저는 조금씩 하지만 쉬지않고 나아가는 달팽이처럼 꾸준히 열심히 살아가렵니다. 그리고 승혁이와 같은 장애를 가진 장애아동들과 그 가족분들에게 힘내시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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