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안녕!

이젠, 엄말 보내줄게

사실 너무 오랫동안 엄말 붙들고 있었어

사람들이 그랬어. 너무 못잊어져하면 갈 길을 못간다구

옛날에는 그런 말 하면 그런게 어딨어 하고 믿으려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믿어. 엄마와 관련된 건 뭐든지 다 믿어

내종교는 엄마야. 힘들 땐 엄마가 도와주겠지 하고 이겨내고

좋은 일이 생기면 엄마가 보살펴주나보다 싶어 엄말 생각해

엄만 내 믿음의 대상이 된거야

바나나가 귀하던 시절

엄마는 식구들 없을 때 바나나를 주며 먹으라고 했지

언니는 용돈을 아껴 새알 초코렛을 사주었었어

그땐 바나나와 초코렛이 소중했지 엄마나 언니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줄 몰랐어

가족은 나한테 당연히 그래야 하는 사람들 이라고 생각했었지

엄마를 잃고 나서야 사람이 보물 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며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내 재산이야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부자더라구

내가 힘들지 않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거든

그 사람들이 있으니까 엄마, 이제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

열심히 잘 살게

여러분 안녕!

에이블 뉴스의 백종환 국장님은 나의 가장 처절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엄마 입관식을 마치고 허리가 고부라지도록 통곡할 때 조문을 왔기 때문입니다

백국장님은 상주인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으로 그 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왜 그때 찾아왔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곤 엄마 얘기를 쓰겠다고 자청했습니다

또 다시 생각했습니다

왜 하필 에이블 뉴스는 그때 창간돼서 이런 글을 쓰게 만들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인(因) 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중증장애인의 생애 주기에서 보호자의 죽음으로 인해 생기는 비보호 상태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나 죽으면 어떻할래'가 난 그저 단순한 넉두리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한번도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 갑자기 가신 후 나는 물론이고 형제들 모두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죽어 다시 태어났을 때 또 다시 중증장애인이 된다면

난 공부보다 일보다 스스로 사는 훈련부터 받을껍니다

요즘 그것을 자립 생활 이라고 합니다

중증장애인의 목표가 자립생활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 목표를 위해 당사자와 정부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제 3월이면 어린 시절 새알 초코렛을 사주던 언니가 뉴질랜드 이민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옴니다

오랜 고민 끝에 나를 돌봐줄 사람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글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이젠 순수 독자로 더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그동안 '엄마별곡'을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따끔한 충고의 말씀 감사했습니다

나를 바로 알 수 있는 반성의 기회가 됐으니까요

따뜻한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됐으니까요

늘 행복하세요

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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